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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환율 1500원 넘으면 외환위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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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한 건 '한국 경제'가 아니라 '한국 정치'

[시시비비]환율 1500원 넘으면 외환위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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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내란, 내란범들의 준동은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워 안 그래도 어려운 국민의 삶을 나락으로 몰아갑니다.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환율을 보면 분명합니다. 환율은 계엄선포로 요동쳤고, 탄핵 부결, 윤석열 추가 담화, 한덕수의 헌재 재판관 임명거부에 폭등했습니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그동안 한 대행의 노력으로 미국과 일본 등이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기로 천명했고 그로 인해 환율과 외환시장 대외신인도를 제대로 방어해왔습니다. 그런데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로 인해서 다시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경제전문가에 따르면 1달러당 1500원이 넘을 경우 제2의 외환위기가 온다고 합니다."(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정치인들의 입에서 ‘환율’ 얘기가 나오다니 뜻밖이다. 환율에 대해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니 놀랍다.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많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니 새삼 정치인들이 달리 보인다.


환율과 경제 상황을 중요시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좋은데, 좀 제대로 알고 얘기했으면 좋겠다. 지난 3일 계엄 선포와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부결로 환율이 급등한 건 맞다. 원·달러 환율이 각각 23.3원, 14.0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추가 담화를 한 것은 12일 오전 9시43분이었다. 당일 오전 9시 개장가는 1429.1원, 오후 3시30분 종가는 1431.9원이었다. 2.8원 오른 데 그쳤다. 윤 대통령 추가 담화는 환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재 재판관 임명 거부와 민주당의 한 대행 탄핵 발의는 26일 장중 상황이었다. 당일 오전 9시 개장가는 1455.2원, 오후 3시30분 종가는 1464.8원이었다. 9.6원 올랐다. 이는 한 대행의 헌재 재판관 임명 거부 때문이라기보다는, 지난 24일부터 민주당이 한 대행의 임명 거부시 탄핵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실행한 데 따른 것이다.


27일 한 대행에 대한 탄핵 가결이 유력한 상황이 됐다. 당일 오전 9시 개장가는 1467.5원, 이날 오전 장중 고가는 1486.7원으로 20원가량 올랐다. 그러나 오후 3시30분 종가는 개장가와 같은 1467.5원으로 내려왔고 새벽 2시 종가는 1470.5원으로 전날 새벽 2시 종가(1469.6원)와 비슷해졌다.


권성동 대표 말대로 한덕수 대행 체제는 그동안 안정적으로 잘 작동했다.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한국 정치이지, 한국 경제는 아니다. 물론 정치적 불안이 몇 개월 더 지속된다면, 경제 상황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는다고 해서 제2의 외환위기가 오는 것은 아니다. 그 말을 해줬다는 경제전문가가 누구인지부터 알고 싶어진다. 한국 경제가 지금 그 정도로 취약한 것은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연이은 기업 도산으로 은행까지 부실화됐다. 경제의 혈맥인 은행이 건전성, 수익성, 유동성 등 3대 주요 지표가 모두 최악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건전성과 수익성은 괜찮았지만 외화 유동성이 문제가 됐다. 지금은 3대 지표가 모두 양호하다. 외화 자금 시장에서 달러 차입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취약한 건은 한국 경제가 아니라 한국 정치다. 헌재 재판관 추천도 여야 합의를 이루지 못해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당하는 사태로 만들고 있는 정치권이 정말 문제 아닌가. 이재명 대표와 권성동 대표의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겠다. 그런 극단의 대결 정치가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워 안 그래도 어려운 국민의 삶을 나락으로 몰아가고” “(그로 인해) 다시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재형 경제금융 부장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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