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연구원 '실손보험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
"실손보험은 사적 계약…정부 개입 부적절"
연내 발표될 예정이던 비급여·실손보험 개선안 등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이 결국 해를 넘기게 된 가운데, 비급여 진료에 대한 의사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진료권을 침해받지 않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이 나왔다.
20일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실손의료보험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의사 813명을 대상으로 실손보험 현황과 문제점, 개선방안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실손보험이 필요하다(59.3%)'고 답했다. 실손보험이 건강보험 재정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지 묻는 질문엔 55.8%가 '그렇다'며 부정적으로 답했고, 36.0%가 '그렇지 않다', 7.7%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의사들은 실손보험 가입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실손보험 청구 가능한 진단서를 요구하거나(36.3%)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한 진료를 요구할 때(21.5%) 응대하기 가장 어렵다고 했다. 또 62.7%의 의사는 실손보험사로부터 진단서에 대한 소명 공문 또는 합의 요청 경험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68.0%는 진료기록을 더욱 자세하게 써서 보험사에 보냈다고 답했다.
의사들은 실손보험 제도 개선 방안으로 '의사의 진료권 침해 상황에 대한 민원 금지 등 진료환경 개선(30.4%)' '실손보험 관련 비급여 항목의 기준 명확화(23.0%)' '실손보험 상품 설계 구조 개선(22.8%)' 등을 꼽았다. 또 비급여 항목에 대한 적정 가이드라인은 '관련 전문과목 학회가 만들어야 한다(54.1%)'고 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해 의료 공급자 입장에서 실손보험 개선하기 위해서는 비급여 항목 진료에 대한 의사 자율성 인정, 적법하게 발급된 담당 의사 진단서에 대한 보험사의 소명 요구 금지, 가입자의 보험보장 가능 진단서 요구 금지, 비급여에 대한 적정 가이드라인 마련, 비급여 항목의 의학적 근거 마련을 위한 연구 지원, 전문과목별 의료자문단 구성 및 운영 등을 제안했다.
또 제도 및 정책적으로는 공·사보험의 역할 및 관계 정립을 위한 정책 방향 재설정, 실손보험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역할 분담 및 의사단체 역할 강화, 실손보험 운영 현황 공시 의무 및 법제화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나아가 의료 이용자 측면에선 개선 방안으로 신상품 개발 시 법정 본인부담금의 실손보험 보장 제외, 본인부담금 비율 조정에 대한 방안 마련, 상품 설명의무 강화와 미이행 시 법적 제재 및 과잉 가입 유도에 따른 제재 방안 마련 등을 내놨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정부가 실손보험 개선을 위해 시행해온 정책들은 의료 공급자와 이용자를 위한 정책이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했다"라며 "특히 제도·정책적으로 큰 그림에서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개선 방안들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실손보험은 보험가입자 개인과 민간영역의 보험사 간의 사적 계약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보험가입자와 의사, 즉 의료서비스 이용자와 공급자를 직접적으로 통제하거나 비급여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사적 계약으로 정해진 부분을 국가가 강제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은 자유시장 경제원리를 무시하고 개인 재산권과 건강권, 직업 자유권을 국가가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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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실손보험 관련 정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료 공급자와의 긴밀한 논의와 협의가 꼭 필요하다"며 "나아가 공보험과 사보험의 역할 분리 및 저수가 문제를 해결해 비급여 실손보험이 더 이상 공보험의 역할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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