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상 초유' 감액만 반영 예산안 통과
우원식 "위헌적 비상계엄으로 논의 불가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헌정사상 최초로 '감액 의견만 반영된' 예산안을 처리한 직후 협상 과정에서의 '정부 책임론'을 언급했다. 그는 "감액 예산안 처리는 매우 아쉽다"면서도 "예산안 처리에 이르는 과정에서 정부 태도는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우 의장은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 수정안을 상정해 의결했다. 이날 찬성 183표, 반대 94표로 가결된 수정안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안건이다. 수정안에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예비비 2조4000억등 총지출 편성액 677조4000억에서 4조1000억원이 깎인 내용이 담겨 있다.
우 의장은 "아시다시피 국회 예산 심의는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에서 시작한다"며 "정부 제출 예산안이 자체적으로 삭감한 내역에는 임대주택 지원, 취약계층 에너지 바우처, 지방 교육 재정 등 민생 예산이 상당수 포함돼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의장으로서는 대폭 삭감된 민생 예산을 반드시 회복시켜야 한다는 판단으로 법정 시한을 넘기면서까지 추가 협상을 요청한 바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예결위 통과 감액안을 본회의에 상정해달라고 우 의장에게 요청했지만, 우 의장은 이날까지 여당과 협상하라고 본회의 상정을 보류한 바 있다.
우 의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언급하며 "국회 활동을 금지한다는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로 예산 논의가 불가능한 상황을 초래해놓고 (정부가) 예산 처리 지연 책임을 국회로 넘기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 "민생 예산 증액에 미온적 태도를 고수했다"며 "예산안 협상은 본래 불요불급한 예산을 먼저 삭감하고 그렇게 만든 여유 공간에서 다시 필요한 예산을 증액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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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와 여야는 전날 오후부터 이날 오전까지 예산안 협상을 이어갔으나 막판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에 우 의장은 민주당 의견이 반영된 수정안을 본회의에 올려 처리했다. 그는 "지금 발생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내년도 정부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국회와 충분한 상의를 거치지 않은 결과"라며 국회법에 따른 예산 심의 확정 절차가 정부에 유리한 점에 기대어 국회의 예산심의 권한을 경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증액이 필요한 부분은 민생 예산 추가경정예산으로 확충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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