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⑴조이 양 마켓벡터 제품관리 및 마케팅 총괄 단독 인터뷰
美 자산운용사 반에크에 인덱스 제공
밸류업 지수 관련 한국 자산운용사와 협업해
"자본 및 외환시장에서 한국이 엄격한 통제를 이어가고 있는 점은 여전히 미해결 과제다."
조이 양(Joy Yang) 마켓벡터 인덱시스(MarketVector Indexes) 제품 관리 및 마케팅 총괄은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가로막고 있는 요인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 문제를 꼽았다.
조이 양 총괄은 "이는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른 선진국 수준의 지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신흥 시장으로 분류되는 주된 이유"라면서 "시장 활성화라는 목표에 있어 한국이 지금 시도하고 있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투자 심리를 개선할 수 있는 확실한 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와 함께 외국인 투자를 위한 규제 등 자본 통제의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켓벡터 인덱시스가 국내 언론사와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자본시장은 신흥국 수준…밸류업 성과 긴 여정 필요
한국은 세계 무역 시장에서 '세계 10대 교역국' 반열에 올라서며 선진국 위상을 확보했지만 자본 시장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지난달 우리나라가 세계채권지수(WGBI) 편입을 확정하면서 국채 시장의 접근성은 향상됐지만, 주식 시장은 여전히 신흥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2008년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가 우리나라를 선진 지수 편입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뒤, 정부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선진 지수에는 편입되지 못했다.
2014년부터는 선진지수 편입 가능성이 큰 관찰대상국에서도 제외됐다. 지난 6월에도 MSCI는 우리나라를 신흥국으로 유지했다. 조이 양 총괄은 한국이 MSCI 선진지수 편입이 번번이 좌절되는 이유로 '불확실성이 큰 규제 환경'을 꼽았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금지 조치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고, 규제 리스크로 인식돼 한국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꾸준히 지적한 바 있다.
마켓벡터 인덱시스는 미국의 자산운용사인 반에크에 다양한 지수를 제공하는 지수사업자다. 국가별 맞춤형 인덱스, 섹터 및 원자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및 다양한 테마 지수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 운용자산(AUM)이 연계된 지수 9개를 비롯해 다양한 자산군을 기반으로 하는 지수 166개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상위 밈(Meme) 코인을 활용한 지수를 출시하면서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토큰화 등 디지털 자산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조이 양 총괄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해 가시적인 성과가 나기까지는 다소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일본의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일본이 2015년 기업지배구조코드(CGC)를 정비하면서 '일본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던 것과 유사하다. 일본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촉진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 목표였다"면서 "일본 주식 시장은 올해 역사적 고점을 경신했는데, 이는 34년 만의 기록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기까지 거의 10년이 걸린 셈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과를 내려면 긴 여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에는 한국 자본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이 양 총괄은 "밸류업 프로그램은 글로벌 대비 저평가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핵심 가치인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한국 기업이 현재 당면한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명확히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조이 양 총괄은 설명했다. 그는 "미국도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의 요구가 점차 진화하면서 기업 거버넌스를 강화하기 위한 기준을 개선하고 있다. 일례로 거버넌스 개선을 촉진하는 일련의 표준에 따라 해당 기업을 인증하는 'B-Corp(Benefit Corporation)'와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장치는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좋은 경영진과 거버넌스가 있어야 한다는 합리적 사고에 기반한 것이다. 이는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밸류업 ETF 성패 "기업 투자 가치 인정받아야…지배구조 개선 필수적"
지난 4일 출시된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수급에 긍정적일 수 있으나 본질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있다고 지적했다. 조이 양 총괄은 "밸류업 ETF로 외국계 자본을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윈도 드레싱(포트폴리오 조정용 매수)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결국 선진화된 기업 거버넌스가 필요한데, 외국인 투자자는 특히 공시의 투명성과 명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요소가 결국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 가치를 평가함에 있어 투명성이 기본적으로 보장된 상태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거버넌스에 의미 있게 참여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한 단기적 매매를 넘어 장기간의 자본을 유치하려면 패시브 효과를 기대하는 것에서 나아가 기업 본연의 투자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이 양 총괄은 지금 한국의 ETF 시장이 전 세계에서 눈에 띄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올해 들어 AUM 성장률이 약 30%에 달할 정도로 전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ETF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은 단순히 미국 등 다른 선진국을 따라잡는다는 의미 이상으로 인상적인 모습"이라며 "특히 수요 측면의 투자 편의성과 투자자들이 ETF를 활용한 주도적 투자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점 등이 가파른 ETF 시장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동시에 펀드 발행 시장에서 공급자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과 투자자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혁신적인 투자 솔루션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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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벡터 인덱시스는 코리아 밸류업 ETF 개발 과정에서 한국의 여러 자산운용사와 협업하기도 했다. 조이 양 총괄은 "이번에 코리아 밸류업 ETF 개발 과정에서 한국의 여러 자산운용사와 협업하게 돼 매우 영광"이라면서 "우리의 사명은 금융 혁신을 가속화하는 것이며 디지털 자산, 블록체인, 토큰화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고 본다. 이 분야에서 한국과 함께 협력하고 투자 리더십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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