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시의회 창고 문 고정 장치
알고 보니 유명 조각가가 제작한 흉상
최대 45억원…판매금 공공 자산으로
과거 스코틀랜드의 한 시의회에서 도어스토퍼(문 고정 장치)로 쓰이던 조각상에 250만파운드(약 45억 2100만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돼 화제다. 10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시의회 창고에서 보관하고 있던 대리석 흉상이 조만간 소더비 경매에 출품돼 최대 250만파운드에 판매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조각상은 18세기 하이랜드 하원의원이자 지주인 존 고든 경의 흉상으로,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 조각품을 만들었던 프랑스 조각가 에드메 부샤르동이 1728년 만든 작품으로 알려졌다. 이 흉상은 고든 경의 후손들이 대대로 인버고든 성에 보관해 왔으며, 19세기 때 성에 불이 났을 때도 살아남았다. 이후 인버고든시는 지난 1930년 시청에 전시할 목적으로 5파운드에 이 흉상을 구입했다. 다만 행정구역 개편 과정에서 조각상의 행방이 묘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던 중 지난 1998년 인버고든시에서 약 23㎞ 떨어진 하이랜드시의 한 산업단지에서 이 흉상이 발견됐다. 당시 맥신 스미스 시의원은 인버고든 시의회와 관련된 유물을 조사하던 중 한 창고에 유물이 보관돼 있다는 말을 듣고 그곳에 찾아갔다. 스미스 의원이 창고 문을 열자 내부에는 또 다른 문이 있었는데, 그는 내부 문을 받치고 있던 도어스토퍼를 인지하지 못했다. 이때 그와 동행한 사람이 흉상을 발견했고, 이후 흉상의 주인공이 고든 경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인버고든시와 하이랜드시는 흉상의 소유권을 놓고 논쟁이 수년간 오갔고, 흉상의 가치를 발견한 하이랜드시 수장고에 보관돼 왔다. 양측은 최근에 이르러 흉상 판매금을 공공자산으로 쓰기로 합의해 소유권 문제를 해결했다.
소더비에 따르면 고든 경의 흉상은 최대 250만파운드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초 추정가는 125만파운드였는데, 현재는 2배 가까이 뛴 것으로 전해졌다. 처음 인버고든시가 흉상을 구입했던 1930년대 5파운드의 가치는 약 200만원으로 추정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가치가 엄청나게 뛴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흉상을 경매에 부치기보다는 스코틀랜드의 유물로 박물관에 전시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스미스 시의원은 "흉상 판매금에 대한 이자가 연간 최대 12만 5000파운드(약 2억 2600만원)에 이른다"며 "다른 도시에 비해 소외된 인버고든시 발전에 보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