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값 급등에 사업 1년 지연
재원 부족으로 1년 이상 지연돼온 국가슈퍼컴퓨터 6호기 도입 절차가 재개된다. 이번에는 정부 계획대로 제때 슈퍼컴 6호기가 도입될지, 엔비디아, 인텔, AMD의 GPU 중 무엇이 한국의 과학연구를 책임질지도 관심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일 국가초고성능컴퓨팅위원회(위원장 : 과기정통부장관)를 개최해 핵심부품 시장가격 상승 등의 대외 환경변화를 반영하여 “국가 초고성능컴퓨터 6호기 구축계획”을 변경했다고 5일 밝혔다.
핵심 골자는 기존 슈퍼컴 6호기의 사업비를 2929억 원에서 4483억 원으로 53%나 증액한 것이다.
슈퍼컴 6호기는 지난해 입찰을 통해 구축사업자를 선정한 후 내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챗GPT 열풍으로 인한 GPU 가격 급등으로 사업이 4차례나 유찰됐다. 모든 서버 기업들이 한국의 슈퍼컴퓨터 제작을 외면한 셈이었다. 6호기는 기존 CPU 중심이 아닌 GPU를 중심으로 구성될 예정이어서 GPU 가격 급등과 품귀 현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결국 과기정통부는 슈퍼컴 6호기 구축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의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통해 사업비와 사업추진방식 등을 개선하고 예산도 확대했다. 슈퍼컴 6호기의 사업기간도 2028년 12월에서 2031년 2월까지로 확대됐다.
과기정통부는 세계 10위권 수준의 슈퍼컴 6호기 구축을 위해 이번 달 중 입찰 공고 절차를 착수해 시스템성능 600PF, 저장공간 200PB, 네트워크 대역폭 400Gbps 이상의 초고성능컴퓨팅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슈퍼컴 6호기는 GPU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인공지능(AI) 시대의 연구를 지원할 수 있다. 슈퍼컴 6호기의 성능은 슈퍼컴 5호기 대비 연산자원은 23배 이상 빨라지고, 저장공간도 10배 이상 넓어진다.
이번 입찰에는 특정 기업의 GPU를 규정하지 않는다. 엔비디아, AMD, 인텔의 GPU 중 무엇을 사용하는지보다는 시스템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느냐에 심사의 초점을 맞추게 된다. 최근 가장 인기인 엔비디아의 'H100'이나 최신인 '블랙웰'도 사용할 수 있지만, 가격과 성능을 맞춰야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식 국가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슈퍼컴퓨팅 본부장은 "주요 서버 기업 중 여러 곳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지난해와 같은 무 응찰 사태는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센터장은 또 "꼭 엔비디아의 GPU가 아니더라도 AMD의 GPU를 활용해 슈퍼컴퓨터로 사용 중인 예도 많은 만큼 경쟁을 시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초고성능컴퓨터 제조사 입찰 참여 유인 및 금융비용 감소를 위해 시스템 구축과 유지보수를 통합 입찰하고, 선금 지급 및 자금조달 방식(은행차입)도 개선했다.
정부는 슈퍼컴 6호기를 통해 세계 10위귄 성능의 슈퍼컴을 도입한다는 방침이지만, 가동 시점이 2026년이고 현재 GPU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10위권 슈퍼컴 확보라는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미국은 올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엑사케일 슈퍼컴퓨터 '엘카피탄'을 가동 예정이다. 일본도 슈퍼컴 성능 개선에 나선 상황이다. 미국 일본에 비해 우리의 투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뒤진다.
정부는 슈퍼컴 6호기를 기초원천 연구뿐만 아니라, 공공사회 현안, 산업 활용에도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인공지능 기반 핵심기술 개발·활용에 30%, 기존에 지원이 미비했던 산업 분야에도 자원의 20%를 우선 배분할 계획이다.
우수한 연구계획에는 인프라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국가적으로 중요하거나 시급한 현안 해결 과제에 대해서는 패스트 트랙 제도를 운영하여 보다 신속하게 자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인공지능 등의 우리나라 글로벌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초고성능컴퓨팅 인프라 수요가 급상승하고 있다”며, “이에 핵심 인프라인 슈퍼컴 6호기를 신속하게 도입하여 새로운 과학기술 발견과 연구개발 혁신 그리고 산업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라고 밝혔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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