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스페인 남동부 기습 폭우
퇴근길에 차 안에서 숨진 사망자 다수
"이곳은 공동묘지"…주차장 배수 작업
스페인 남동부에 기습 폭우가 쏟아지면서 인명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침수된 대형 쇼핑몰 지하 주차장의 배수 작업 과정에서 사망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APTN은 "스페인 발렌시아의 알다이아시 구조대가 이날 보나이레 쇼핑센터 지하 주차장을 수색하기 위해 물을 퍼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작업 영상에는 주차장 입구에 설치된 파란 배수펌프에서 흙탕물이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 담겼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5800면 규모의 지하 주차장에는 물이 3m 높이까지 차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일 주차장 내부에 접근한 잠수부들은 시신 여러 구를 발견했으나, 흙탕물에 시야를 확보하지 못해 수색이 중단됐다. 구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까지 쇼핑센터 지하 주차장에서 추가로 발견된 사망자는 없다.
이 쇼핑센터는 발렌시아에서 가장 큰 쇼핑몰 중 하나로 유동 인구가 상당히 많은 곳이었다. 이에 구조 당국은 지하 주차장 수색 과정에서 침수로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관계자들은 매체에 "이곳은 공동묘지"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오스카르 푸엔테 스페인 교통부 장관 역시 SNS에 "아직 침수된 지층이나 차고, 지하실, 지하 주차장 등이 남아있다"며 "이런 공간에서 사망자가 발견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린 아직 이곳에서 무엇이 발견될지 모르기 때문에 수치를 얘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단지 추측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달 29일 스페인 남동부에 기습 폭우가 쏟아지면서 사망자는 3일까지 217명으로 집계됐다. 남은 실종자는 수십명으로 추산된다. 이를 두고 지역 주민들은 당국의 뒷북·무능으로 인한 미흡한 초동 대처로 피해 규모가 커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스페인 기상청은 당일 오전 9시 41분께 발렌시아 지방의 폭우 경보를 가장 높은 적색 단계로 상향했다. 이는 일상적인 활동이 크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가급적 이동 자제가 권고되는 단계다. 이후 오후 1시 14분께 카를로스 마손 발렌시아 주지사는 SNS에 폭우의 세기가 오후 6시쯤 다소 약해질 것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그런데 오후 4시 30분부터 사태가 급격하게 악화했고, 지방 정부는 오후 5시 재난 안전 대책 회의를 소집했다. 지역 주민들에게 긴급 재난 안내 문자가 발송된 시각은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오후 8시 12분이었다.
그 사이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지면서 인근 강과 하천이 급속도로 범람했고, 퇴근길 정체된 도로에 있던 시민들은 피할 길이 없이 희생됐다. 이로 인해 상당수 사망자는 차 안에서 발견됐다. 6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파이포르타시의 주민 카르도나 테루엘은 현지 매체에 “최악의 상황이 닥친 뒤에야 경고를 보내면 무슨 소용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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