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수사·통신·금융 합동 대응
피해 구제·민간 역할 확대 필요
보이스피싱을 차단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악성 애플리케이션(앱) 차단 기술 등이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범죄 조직 역시 최신 기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긴 쉽지 않다. 결국 피해자들을 위한 구제 논의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종 기술 도입, 원천 봉쇄 노력
1일 보이스피싱 대응 범정부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수사·통신·금융 분야는 피싱 범죄의 뿌리를 뽑기 위해 합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대검찰청, 금융감독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통신·금융 분야는 민간 기업과의 업무협약(MOU)으로 AI 기술을 활용한 피싱 대응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보유한 2만건의 범죄 통화 데이터를 활용해 범죄를 감지하는 기술로, 통화 중 대화가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면 사용자에게 음성과 안내 문구로 경고된다. 이는 온디바이스 AI로 개발돼 감청 위험 없이 통화 중인 상태에서만 활용된다. 해당 서비스는 이달 초부터 통신 3사에서 순차적으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폰을 탈취하는 악성 앱의 설치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서비스도 시행 중이다.
금감원은 불법 대출 피해 예방이 가능한 여신거래 안심 차단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이용자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실행된 대출 등으로 금전 피해를 보지 않도록 신용대출, 신용카드 발급, 보험계약대출 등 개인의 신규 여신거래를 사전에 차단하는 서비스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대면 신청으로 이뤄지다 보니 2030 세대의 가입률이 낮은 것으로 보여, 연내에는 비대면으로도 가능하도록 개선할 예정"이라며 "또 대출뿐만 아니라 다른 비대면 금융거래에도 확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경찰청은 올해 피싱 범죄 대응을 위해 국가수사본부 형사국 내 피싱범죄수사계를 신설했다. 또한 대응체계는 형사 파트로 일원화해 추적부터 수사, 검거까지 전담할 수 있도록 피싱 범죄에 대한 수사 기능을 강화했다. 아울러 불법 투자리딩방, 구매대행 아르바이트 사기 등 신종 사기에도 피해 의심 계좌나 전화번호의 일시 중지 요청 등 임시 조치가 적용될 수 있는 '사기방지기본법' 제정을 재추진하고 있다.
피해자 구제는 초기 단계
보이스피싱 피해자 구제는 아직 초기 단계다. 신한은행, 금융감독원, 굿네이버스 등은 지난해부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3년간 매년 100억원씩 지원을 하고 있다. 1차 사업에서는 취약계층 피해자 2300명 대상 64억원 생활비 지급, 법률상담과 소송지원 367건, 심리상담 26건, 예방 교육 232회,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무료보험지원 926건 등이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피해 구제 및 민간 역할 확대에 한목소리를 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피싱 피해자들의 경우 피해 사실을 얘기하면 조롱거리가 되는 경우가 많고 가슴앓이만 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다"며 "금전적 회복뿐만 아니라 피해회복센터를 지방자치단체나 경찰청 산하에서 운영하며 정신적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나서서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 경제금융연구원장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수법이나 수단이 다양해진 만큼 대처나 모니터링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경찰이나 금감원과 같은 공공의 영역에서 24시간 실시간 감시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민간의 영역에서 진출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다면 보이스피싱 예방·차단의 산업화를 통해 민간 기업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으로 만들어서 보안·핀테크(금융+기술) 업체를 활용한다면 그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