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
"HBM3E 8단·12단 양산 판매 중"
HBM4 사업화 준비 중
삼성 파운드리 외 TSMC 등 옵션 가능성
4조원 안 되는 영업이익 냈지만 메모리는 선방
비용 제외 실질 이익은 7조원대 추정
삼성전자가 31일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자사의 고대역폭메모리(HBM) 5세대인 HBM3E와 관련해 "현재 HBM3E 8단과 12단 모두 양산 판매 중"이라며 "주요 고객사 퀄 테스트(품질 검증)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고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약 1년이 넘도록 인공지능(AI) 칩 시장의 '큰손' 고객인 엔비디아의 HBM3E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생긴 시장의 우려를 일축하고 분위기 전환을 위해 던진 메시지로 풀이된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설명회)에서 "전체 HBM 3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성장했다"며 "HBM3E의 매출 비중은 3분기에 10% 초중반 수준까지 증가했다. 4분기 HBM3E 비중은 50%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이어 "일부 사업화 지연이 있어 전 분기 발표한 수준은 하회하겠지만 4분기 HBM3E 비중은 50%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잠정 실적 발표 시 참고 자료를 내고 "HBM3E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용 사업화가 지연됐다"고 진단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HBM 수요는 엔비디아(58%), 구글(18%), AMD(8%), AWS(5%)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
김 부사장이 내놓은 HBM 관련 사항은 이날 3분기 실적발표의 하이라이트나 다름없다. HBM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를 받던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장밋빛 'HBM 로드맵'을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질 여지를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엔비디아에의 HBM 공급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은 "복수 고객사용으로 HBM3E 8단과 12단 제품 모두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며 "주요 고객사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과제에 맞춰 HBM3E 개선 제품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 내에 해당 제품의 양산화를 위해 고객사와 일정을 협의 중"이라며 "기존 HBM3E 제품은 이미 진입한 과제용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개선 제품은 신규 과제용으로 추가 판매해 수요 대응 범위를 늘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6세대인 HBM4는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계획대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복수 고객사와 커스텀(맞춤형) HBM 사업화를 준비 중"이라며 "커스텀 HBM은 고객의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베이스 다이 제조와 관련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파트너 선정은 고객 요구를 우선으로 내외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을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양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객 요구에 따라 TSMC와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사장은 "HBM 생산 집중으로 선단 공정 기반 DDR5의 제한된 공급 여력에도 서버 D램 ASP 상승 폭은 전체 D램 ASP 상승 폭을 상회했다"고도 했다. 또 "일부 레거시 제품에 대해서는 탄력적으로 생산을 하향 조정하며 선단 공정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며 "전 분기에 이어 재고 건전화를 연내로 마무리해 사업 체질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올해와 유사한 수준의 시설투자(CAPEX)를 고려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건설, 후공정 투자, 클린룸 선확보에 우선순위를 두고 미래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며 "설비투자의 경우 증설보다는 전환 투자에 초점을 두고 기존 라인에 대해 1b ㎚ D램, V8·V9낸드로 전환을 가속해 수요 모멘텀이 강한 선단공정 기반 고부가 제품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에 4조원에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확인했지만 메모리 사업이 선방해 그나마 위안이 됐다. 3분기 확정 실적은 매출 79조1000억원, 영업이익 9조1800억원이었다. 매출은 기존 최대치였던 2022년 1분기 77조7800억원을 넘어서면서 분기 기준 최대치를 경신했다. 반도체(DS) 부문 매출은 29조2700억원, 영업이익은 3조86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7.6% 증가했지만 전 분기와 비교하면 2.59% 줄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13.2%로,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보다 낮았다.
다만 DS 부문 실적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메모리는 선방했다. 메모리 사업 매출은 22조700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다. 일회성 비용 등을 제외한 실질적인 영업이익은 7조원대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3분기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 추정치는 1조원대다. DS 부문 영업이익에서 일회성 비용을 빼면 5조원 가까운 이익을 낸 셈이다. 이는 증권가 추정치 4조1000억원보다 20%가량 많은 수치다. 여기에 시스템LSI사업부 및 파운드리 사업부 적자 폭이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메모리사업부 영업이익은 7조원 수준으로 분석된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