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가부채 심각, 두 후보 모두 관심 없어
'헤지펀드 대부'로 불리는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보다 선거 이후가 미국엔 더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국이 당면한 지정학적 갈등, 재정적자, 정치 양극화 문제 등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3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달리오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행사에서 "두 대선 후보 모두 나를 걱정시킨다"며 "부채도 우려스럽고 대내외적 갈등과 기후 문제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달리오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보다 "훨씬 더 자본주의적"이기에 국내 자본시장에는 더 좋을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인상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관세정책의 성공은 관세수입이 미국의 생산성으로 얼마나 전환되는지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관세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미국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비판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세로 인한 국내 제조업 일자리 창출과 공장 증설이 이를 상쇄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달리오는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 심각성도 강조했다. 그는 늘어나는 미 국채 공급의 3분의 1가량을 외국인이 받아내고 있다며, 본질은 빚이기 때문에 향후 수급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28조3000억달러 정도로 국내총생산(GDP)의 99% 수준이다.
11·5 대선에 나서는 두 후보의 재정적자 문제를 경고한 것은 달리오뿐만이 아니다. 미국 초당파 비영리 기구인 '책임 있는 연방 예산위원회'(CRFB)는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 이행될 경우 향후 10년간 미 연방이 떠안는 재정적자가 7조5000억달러(약 1경117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해리스 부통령의 공약이 야기할 재정적자 규모(3조5000억달러)의 2배 이상이다. 마크 골드와인 CRFB 수석 부회장은 "분명 양측 공약 모두 부채를 안정시키는 방향은 아니다"라며 미국 재정적자는 이러한 공약 없이도 향후 10년간 22조달러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달리오는 "이 모든 것은 사실상 좌우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를 하나로 모으고 큰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강력한 중도성향 리더가 필요하지만, 현재 트럼프와 해리스 모두 이와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앞서 달리오는 지난달 CNBC 인터뷰에서도 누가 대선에서 승리하든 부채 압박이 완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둘 다 국가에 필요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역설한 바 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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