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성추행 혐의는 공소시효 지나
스위스, 프랑스에서도 성폭행 의혹
법정에는 단 한 번도 서지 않아
로만 폴란스키 감독(91)이 미국에서 51년 전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된 사건의 피해자 측과 합의했다.
2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신원을 숨긴 한 여성이 폴란스키 감독이 1973년 로스앤젤레스(LA)에 있던 그의 자택에서 당시 열여섯 살이던 자신에게 술을 먹이고 성폭행했다고 주장하고 LA 카운티 고등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폴란스키 감독 측은 변호사를 통해 강력히 부인했다.
내년 8월 열릴 예정이던 재판은 합의로 종결됐다. LA 카운티 고등법원 기록에 따르면 원고 측은 이달 초 소송을 취하한다는 서류를 제출했다. 담당 변호사 글로리아 올레드는 "상호 만족할 만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폴란스키 측도 "이번 여름에 양측이 합의했다"고 했다. 양측 모두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LA 경찰국은 최근 폴란스키 감독이 1975년에 한 소녀를 성추행한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폴란드에서 활동한 폴란스키 감독은 영화 '반항(1965)', '막다른 골목(1966)' 등으로 명성을 쌓고 미국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차이나타운(1974)' 등으로 큰 성공을 거뒀으나 성범죄가 드러나 작품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1977년 미국 LA에서 모델인 열세 살 소녀를 강간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혐의를 인정했으나 감형 협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재판 도중 해외로 도피했다. 미국 땅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유럽에서만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피아니스트(2002)'로 미국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체포를 우려해 시상식에도 불참했다.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미투(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펼쳐진 2018년 폴란스키 감독의 회원 자격을 영구 박탈했다.
그는 스위스에서도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했다가 공소시효 만료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프랑스에서도 여러 건의 성폭행 의혹을 받았으나 법정에는 단 한 번도 서지 않았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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