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경합주 중 최다 선거인단(19명) 보유
1972년 대선 이후 2번 빼고 당선인 뽑아
11·5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7개 경합주 표심을 잡기 위한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 특히 이들 경합주 가운데에도 두 후보가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곳이 있다. '경합주 중의 경합주'로 불리는 펜실베이니아다.
27일(현지시간) 미 대선 캠페인 데이터 추적 회사인 애드임팩트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모두 미국 50개 주 중 펜실베이니아 선거광고에 가장 많은 돈을 쓰고 있다. 두 후보 캠프가 지난 3월6일부터 대선 당일인 11월5일까지 펜실베이니아 선거 광고를 위해 지출한 금액과 지출 예정인 자금은 총 2억1090만달러(약 2911억원)로 집계된다. 2위인 미시간(9900만달러)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며, 7개 경합주 중 꼴등인 네바다(2700만달러)의 10배에 육박한다. 양당 대선 후보와 부통령 후보들이 지난 3개월 동안 펜실베이니아에 얼굴을 비춘 횟수만 도합 50회 이상으로, 50개 주 중 최다 수준이다.
두 후보가 이토록 펜실베이니아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펜실베이니아가 주요 격전지 가운데 가장 많은 선거인단(19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선거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다. 해당 주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에게 해당 주의 선거인단 전체 표를 몰아주는 방식이다. 미국의 대통령이 되려면 50개 주와 수도인 워싱턴 D.C.에 인구 비례로 배분된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인 270명을 확보해야 한다.
7개 경합주를 제외한 선거구들은 지역 정치 성향에 따라 뚜렷한 지지 후보를 나타내고 있다. 이로 인해 경합주 중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보유한 펜실베이니아를 차지하는 것이 당선에 결정적이다. 미국 선거판에서 소위 '족집게'로 통하는 스타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에 따르면 올해 대선에서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확률은 90%를 넘는다. 앞서 해리스 부통령이 러닝메이트 후보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인 조시 샤피로를 고려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펜실베이니아는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당선 이후 단 2번을 제외하고는 모든 대선에서 최종 승자를 뽑았다. 2000년에는 앨 고어 전 부통령(민주당), 2004년에는 존 케리 전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서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하고도 최종 대통령 당선에는 실패했었다.
더욱이 펜실베이니아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대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보다 전국 득표수가 적었음에도 최종 당선될 수 있도록 승리를 안겨준 곳이기도 하다. 2020년 대선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약 1.16%(8만555표)포인트 차이로 따돌리며 백악관에 입성했다.
펜실베이니아는 지리적으로나 인구 통계적으로나 '미국의 축소판'이란 평가를 받는 곳이다. 위스콘신·미시간과 함께 과거 미국의 제조업 전성기를 이끈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지역이지만 풍부한 셰일 오일을 바탕으로 한 대규모 에너지 산업과 농업이 주력을 이루고 있다. 다양한 산업 구조만큼 정치 성향도 고르게 분포해 있다. 인구가 밀집한 펜실베이니아 동쪽 필라델피아와 서쪽의 피츠버그는 민주당이 우세하지만 두 대도시 사이에 펼쳐진 광활한 농촌 지역은 공화당 지지세가 강하다.
인구 측면에서는 여전히 백인(74%)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라틴계를 비롯한 이민자 커뮤니티도 급속도로 성장하는 추세다. 2016년 대선에선 농촌 지역의 블루칼라 백인 노동자들을 등에 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선 필라델피아 등 대도시 교외에 거주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의 지지를 받은 바이든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를 손에 넣었다.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4년 전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펜실베이니아를 탈환하긴 했지만 흑인 유권자가 40%를 차지하는 필라델피아의 교외 지역 투표율이 낮아지고 있어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은 '집토끼' 단속에 나섰다. 낙후지역의 기업가들에게 최대 2만달러(약 2700만원)의 상환 면제 대출을 제공하고 기호용 마리화나(대마) 산업에 대한 접근을 완화하는 내용의 '흑인 남성을 위한 기회 어젠다' 공약도 내세웠다.
반면 지난 7월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집회에서 첫 암살 시도를 모면하며 '스트롱맨' 이미지를 극적으로 선보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초고율 관세 부과를 통한 제조업 공장 유치 및 일자리 창출을 공언하며 노조 표심 구애에 나섰다. 피츠버그에 위치한 미국 제조업의 상징 US스틸이 일본제철에 인수되는 것을 막겠다는 뜻도 거듭 확인했다. 이달 초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버틀러 유세 현장에 찬조 연설자로 등장해 힘을 보태기도 했다. 지난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한 맥도널드 매장에 나타나 감자튀김을 만드는 등 친서민 이미지 구축에 공을 들이는 모습도 보였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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