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경제학회 추계 세미나서 토론
"美경제, 침체보단 연착륙…금리 인하 완만할 것"
"한은, 향후 완만하고 신중하게 금리 인하"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가 향후 한국은행이 완만하고 신중하게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 교수는 14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글로벌 통화정책 전환과 한국의 정책 대응'을 주제로 한 한국국제경제학회 추계 세미나에서 세션2 종합토론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미국 경제가 침체로 빠지기보다는 연착륙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미국의) 금리 인하는 상당히 완만하게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금리의 동조화 현상이 더욱 강해진 것을 볼 때 미국이 앞으로 서서히 인하할 때 우리나라도 서서히 인하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이어 "앞선 발표에서 우리나라 인플레이션 동학의 구조적 변화로 최근 들어 수요 압력에 대한 민감도가 증가한 것 같다고 표현하셨다"며 "이를 감안하면 앞으로 한국은행이 완만하고 신중하게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지 않나, 또 그렇게 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향후 통화정책에 있어 한미 간 중립금리 격차 확대를 우려했다. 그는 "시장금리에서 한미 간 동조화 현상이 강해졌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한미 간 중립금리 격차가 미세하게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우리나라 중립금리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반면, 미국은 인공지능(AI) 투자 붐, 패권 경쟁으로 재정 확대가 지속되면서 중립금리가 오히려 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국내 여건만 보고 통화정책을 운용한다면 원화 약세 경향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의 긴축 편향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한국은 국내 경기만 보면 사실 (금리를) 많이 내려야 하지만 미국은 중립금리가 올라간다면 금리를 서서히 내릴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 천천히 내린다면 우리나라는 빨리, 많이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한국의 통화정책에 긴축 편향이 발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이 든다"고 우려했다.
내수와 금융 안정 간의 딜레마가 더욱 심해질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주 교수는 "GDP 갭으로 보면 경제가 크게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가계의 실질소득을 보면 거의 정체로 저조한 상태가 1년 반~2년가량 이어지고 있다"며 "근원물가 상승률이 2%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그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 간의 상충 관계가 더 뚜렷하게 유지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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