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대비 수익률 0.37%P 올라
매매가 떨어지며 수도권 중심 '우상향'
전세기피로 월세도 16개월 연속 증가
서울 등에서는 신고가 거래 이어져
"이사 계획 없는 퇴직자, 중년층 투자처"
찬밥 신세였던 오피스텔이 알짜 투자처로 다시 떠올랐다. 고금리와 역전세 우려에 매매가격이 바닥을 다진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오피스텔 시장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치솟는 집값에 오피스텔과 같은 대체재를 찾는 실수요가 늘면서 오피스텔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켜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전국·수도권 오피스텔 수익률↑… 월세도 올라
23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오피스텔 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오피스텔 수익률은 5.40%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5.03%) 대비 0.37%포인트 증가했다. 2021년 11월~2022년 3월(4.73%) 바닥을 찍은 후 수익률이 일어서기 시작하더니, 올해 들어 0.2%포인트 가까이 증가 폭을 크게 키웠다.
특히 침체기를 겪던 수도권 오피스텔 시장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수도권 오피스텔 수익률은 5.29%로 지난해 12월(4.84%)보다 0.45%포인트 높아졌다. 지난달 지방의 오피스텔 수익률(5.80%)이 지난해 말(5.82%)보다 0.02%포인트 줄어든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수익률은 매매가 대비 월세 비율이다. 이 수치가 높아졌다는 것은 같은 돈을 투자해 더 많은 월세 수익을 얻게 됐다는 것을 말한다.
매매 가격이 바닥을 다지면서 수익률은 우상향하고 있다. 지난달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98.72로 2022년 6월(104.13) 이후 27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집값 하락과 이에 따른 역전세, 전세사기에 대한 우려가 오피스텔 매수 심리를 꺾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오피스텔 가격이 조정기를 거쳐 크게 하락한 상황이어서, 투자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세 기피 현상에 따라 월세로 넘어오는 수요가 커지면서 오피스텔 월세도 점차 오르고 있다. 전국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지난해 5월(99.66) 이후 16개월째 증가해 지난달 100.82까지 높아졌다. 서울의 경우 지난 8월 기준 평균 보증금과 월세가 각각 2294만3000원, 90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45%(711만5000원), 13%(10만4000원) 뛰었다. 윤 전문위원은 "이와 함께 최근 서울 등 수도권에서 아파트값이 많이 오르면서 실거주 수요가 중대형 오피스텔로 일부 옮겨가고 있다"며 "투자·실거주 모두 매력도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서울 오피스텔 거래 증가… 신고가도 나와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오피스텔 거래도 활기를 띠고 있다. 올해 1~8월까지 서울 오피스텔 거래량은 6705건(전날 기준)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5576건) 대비 20.2%(1129건) 증가했다. 거래가 늘면서 서울 지역에 한해 23개월 만에 매매가격의 상승 전환이 이뤄지기도 했다. 서남권(영등포·양천·동작·강서구)이 0.09%로 가장 많이 올랐고 서북권(마포·서대문·은평구) 0.06%, 동북권(노원·도봉·강북구) 순이었다. 부동산원은 "아파트 가격 상승이 지속됨에 따라 교통 여건이 편리한 역세권을 중심으로 오피스텔 수요가 증가하며 가격이 상승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피스텔 신고가 거래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7일 서울 양천구 '우림필유' 전용 76.35㎡(10층)는 9억3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직전 신고가(2020년 12월, 7억7500만원)와 비교해 1억5500만원 뛴 가격이다. 같은 달 3일 영등포구 '리버타워' 전용 127.51㎡(7층)도 직전 신고가(4억5000만원)보다 2억원 가까이 오른 6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마포구 도화동 '마포한화오벨리스크' 전용 41㎡도 최근 3억6000만원에 거래돼 직전 신고가(2억7500만원)보다 8000만원 이상 비싸게 거래됐다.
오피스텔 공급 부족 현상은 수익성을 더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서울 오피스텔 입주 예정 물량은 4057실로 지난해(1만4479실) 대비 72%(1만422실) 급감했고 내년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더 줄어든 2613실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하도 호재로 작용한다. 오피스텔의 경우 주택담보대출과 비교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고 대부분 변동금리를 적용해 대출금리 변화에 민감하다. 또 아파트와 달리 대출 규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연구소장은 "최근 1~2년 새 오피스텔과 빌라의 착공, 인허가가 크게 줄었다. 공급 부족에 따라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 인하는 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플러스알파(+α)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유주택자의 경우 세금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1가구 1주택자'가 주택을 파는 경우 실수요 목적 등 요건을 충족하면 양도세를 비과세한다. 1주택자가 주거용 오피스텔 매수 시 2주택자가 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윤 전문위원은 "이사나 집 매도 계획이 없는 퇴직자, 중장년층 등에 적합한 투자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정부는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용 60㎡ 이하 오피스텔 등 신축 소형 주택을 구입하면 2027년 12월까지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금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해주기로 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