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야 개발하려…타인 묘 있는 것 알고도 범행
법원 “고의는 없으나 알아보려는 노력 안 해”
다른 사람의 집 조상의 무덤을 무단으로 파헤친 60대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 정우혁 부장판사는 분묘 발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1)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2020년 5월 13일부터 9월까지 세종시 조치원읍 번암리 한 임야에 있는 피해자의 고조부 분묘 1기를 파헤친 혐의다.
A씨는 2020년 세종에 있는 피해자의 고조부 분묘를 임의로 발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자신에게 처분권이 있는 자신의 직계조상 묘로 착각해 범행했다. 그는 피해자 고조부 묘가 있던 곳을 포함한 일대의 임야를 개발해 경작지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해당 임야에 타인이 관리하는 분묘가 있는 것을 인지하고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발굴된 사체는 모두 화장했다.
정 부장판사는 “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피고인은 자신이 발굴하려는 분묘가 누구의 것인지, 어떤 사람에게 처분권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굴한 유골을 화장까지 해서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힌 점, 종교·관습적 양속에 따라 존중의 예를 충분히 갖춰 분묘를 발굴했다고 볼 만한 자료도 부족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타인의 분묘를 함부로 발굴하는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 분묘를 발굴한 후 유골을 훼손하거나 유기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받게 된다.
특히 매년 명절 때 많은 사람이 전국의 묘지와 공원묘원을 찾는 과정에서 분묘를 훼손하거나 무단이장을 해 법적인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분묘를 발굴하거나 유골을 훼손할 경우에는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8~2022년 분묘발굴죄 발생 건수는 829건에 달한다. 분묘와 관련된 법적 분쟁은 주로 유족 간 갈등에서 비롯된다.
지난 4월에는 이혼 후 재산 분쟁을 겪던 전처 부모의 분묘를 발굴, 무단으로 유골을 다른 장소에 묻은 남성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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