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육아 제도적 뒷받침 우선
출산 직접 관련된 지원에 집중을
수백조 원을 쏟아붓고도 출산율을 높이지 못한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2023년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으로 또 기록을 경신했다. 때맞춰 한 지자체에서는 18세까지 1억원의 출산지원금을 지원하겠다고 의기양양하게 발표했다.
출산 정책이라고 지원금을 경쟁적으로 상향 제시하는 행위는 너무 무책임해 보인다. 우선 지원금이 출산을 꺼리던 여성이 출산을 결심하게 할 것인지, 기왕에 출산이 예정된 부모를 도와주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출산하기 전에 자기네 지자체로 이사 오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주먹구구식으로 항목을 늘려 가며 지원금을 늘릴 것이 아니라 어떤 지원 항목이 국가의 출산율을 직접적으로 제고시킬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내용을 살펴보면 임신 바우처, 첫 만남 이용권, 아동수당, 부모급여, 보육료, 급식비, 교육비, 임산부교통비, 꿈수당 등 18세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돈이 1억원에 달한다는 것인데 없는 것보다야 좋겠지만 이런 돈 몇 푼을 보고 출산을 결정하지는 않을 듯하다.
결혼을 마냥 미루거나 포기하는 자녀나 결혼해도 딩크(Double Income No Kids)족으로 지내는 자녀를 보고 말도 못 하고 답답해하는 노부모들이 주위에 많다. 출산 후 육아에 전념하는 고학력 경단녀들도 많다. 한 어린이 뮤지컬에서 엄마가 자기를 키우기 위해 꿈을 접었다는 장면을 보고 어린이들이 눈시울을 적신다고 한다. 총체적으로 결혼을 하기도, 아이를 낳고 키우기도 힘든 현실이다. 돈만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돈이 없다고 아이를 안 낳는 것도 아니고 돈이 있다고 맘 편히 아이를 낳는 것도 아니다.
출산이나 인구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지역, 경제수준, 교육수준에 따라 출산, 육아, 교육 과정 전반에 걸쳐 아이와 부모가 어떤 활동을 하고 어려움에 부닥치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결혼을 결심하기 위해서는 주택과 일자리가 해결되어야 하고, 결혼 후 노력을 해도 임신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출산 후에는 성장 단계별로 필요한 믿을 만한 자격 있는 육아 도우미를 구하기 어렵고, 믿을 만한 유아원 찾기도 어렵다. 전일 돌봄이 단순히 돌봄이 아니라 언어, 인지, 신체, 정서 등의 발달을 누군가 책임져 줘야 한다. 현금 지원이 아니라 사회적 육아 인프라와 제도적 뒷받침이 우선 되어야 한다.
여러 항목의 지원금을 늘릴 것이 아니라 출산과 직접 관련된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우선 주택이 가장 큰 걸림돌이기에 신혼과 출산한 경우 주택 취득을 지원하는 정책을 강화 확대하여야 한다. 또한 난임을 포함한 출산을 늘리기 위한 의료지원도 늘려야 한다.
고딩엄빠라는 방송프로그램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임신으로 학업도 중단하고 아이를 키우느라 어려움을 겪는 어린 부모들 이야기다. 국내의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비혼, 탈북, 조선족, 이주민 등 부모의 처지와 상관없이 이 땅에서 태어난 생명을 구하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베이비박스에 맡겨지거나 해외 입양되는 어린이를 품어야 한다.
출산율 늘린다고 큰돈을 부스러기 돈으로 뿌릴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힘들지 않을 인프라와 제도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특히 지방에 사람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일자리뿐 아니라 의료와 육아, 교육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살기 힘드니 떠나고 지역이 소멸하여 가는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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