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품 파손됐지만 아이에게 책임 묻지 않아
사고 후에도 파손한 아이 가족 다시 초대해
4살짜리 아이의 실수로 이스라엘의 한 박물관에 전시됐던 3500년 된 항아리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이스라엘 하이파 헤흐트 박물관에서 기원전 2200년에서 1500년 사이의 청동기 시대에 제작된 항아리가 4살 소년의 실수로 파손돼 현재 복원작업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 대학 안에 있는 헤흐트 박물관은 1984년 개관 이후 고대 유물과 예술품을 수집해 대중에게 공개해 왔다. 이 박물관은 전시품을 고의로 파손할 경우 경찰조사 등 엄중한 결과를 초래하지만, 이번 경우는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의 실수로 보고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박물관에서 이처럼 항아리 파손 사고가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이 박물관은 관람객이 유리막 등의 방해 없이 유물을 직접 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파손된 항아리도 보호물 없이 박물관 입구 근처에 전시돼 있었다. 이번 사건 후에도 보호물 없이 유물을 전시하는 자신들만의 전통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항아리를 파손한 아이의 아버지인 알렉스는 아들이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해서 살짝 잡아당겼는데 항아리가 떨어지면서 파손됐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알렉스는 박물관이 사고 며칠 뒤 가족을 다시 초대했다면서, 파손된 항아리도 복원 가능하다는 말을 들어 다행이지만 여전히 박물관 측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물관이 전시한 물품을 파손할 경우 앞선 사례와 같이 훈훈하게 마무리는 되는 경우 매우 드물다. 앞서 2018년에는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5살 아이가 실수로 지역 커뮤니티센터에 전시된 토르소 조형물을 잡고 넘어지며 이를 파손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박물관이 물품 파손을 염려해 보험을 들었고, 관련 보험회사는 아이의 부모에게 13만2000 달러(약 1억 5000만 원)의 구상금 지급을 청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보험회사는 "당신은 어린아이를 관리할 책임이 있다"며,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의무를 태만히 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구상금 지급 청구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아이의 부모는 "조형물이 주요 통로에 별다른 안전장치도 없고 관리하는 인력도 전혀 없이 무방비 상태에 있었으며, 만지지 말라는 경고 표시도 없었다"고 주장하며 지급을 거절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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