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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속 용어]불쾌합니까, 휴먼?…‘불쾌한 골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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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호감이 급격히 추락하는 불쾌한 골짜기
日 석유회사 홍보지에 첫 등장한 가설
원숭이도 불쾌한 골짜기 느낀다는 연구도 있어

“식욕이 반대로 없어져서 다이어트에 효과적” vs “AI는 점점 친숙해질 테니 앞으로 기대됩니다!”


최근 일본 맥도날드가 공식 엑스(X·옛 트위터) 등에 올린 16초 길이의 인공지능(AI) 광고 영상에 누리꾼의 반응이 엇갈렸다. 감자튀김 할인 행사를 알리는 이 영상에는 AI 여성 모델 11명이 등장한다. 그중 감자튀김을 공중에 던지는 모델의 손가락이 6개로 확인되는 등 부자연스러운 모습에 ‘불쾌한 골짜기’란 말이 나왔다.

[뉴스속 용어]불쾌합니까, 휴먼?…‘불쾌한 골짜기’ AI 모델을 활용한 맥도날드 광고 영상 [사진출처=엑스(X·옛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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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한 골짜기(不?味の谷·Uncanny Valley)’ 현상은 일본의 로봇공학자인 모리 마사히로 도쿄공업대학 명예교수가 1970년에 발표한 가설이다. 이 현상은 그래프를 통해 설명된다. 세로축은 친화감(親和感), 가로축은 유사도(類似度)이다. 원점에서 멀어질수록 친화감과 유사도는 증가한다. 인간은 로봇이 인간의 모습과 비슷해질수록 호감을 느낀다. 그러나 친화감과 유사도가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친화감이 급격히 추락하고 인간이 강한 거부감을 느끼는 영역이 나타난다. 이 영역을 ‘불쾌한 골짜기’라고 모리 교수는 이름을 붙였다. 그래서 맥도날드 광고에 불쾌감과 혐오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나온 것이다.


국내에 잘못 알려진 사실은, ‘불쾌한 골짜기는 모리 교수가 논문으로 처음 발표했다‘는 것이다. 처음 실린 것은 석유회사 홍보지였다. 1970년 일본의 에소 스탠더드 석유회사(현재 에네오스 주식회사) 홍보지인 ‘에너지(Energy) 제7권 제4호‘에 실린 ’불쾌한 골짜기(不?味の谷)란 제목의 에세이였다.


당시로는 발표하기에 적합한 학회지가 없었고, 이 글의 반향도 전혀 없었다고 한다. 모리 교수 자신도 “아무런 반향도 없이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지만, 35년 뒤인 2005년부터 서구에서 인용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철학, 심리학, 디자인, 할리우드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았다고 한다.

[뉴스속 용어]불쾌합니까, 휴먼?…‘불쾌한 골짜기’ 모리 마사히로 명예교수, 불쾌한 골짜기 그래프 [사진출처=도쿄공업대학, 일본로봇학회]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발견한 계기를 아는 사람도 드물다. 용어 자체의 인지도와는 대비된다. 발견의 계기는 의수(義手) 개발과 관련 있다. 1970년은 제1차 AI 붐이 일어난 때다. 당시 모리 교수는 인간의 손과 닮은 의수에 느낀 ‘섬뜩함’을, 얼굴을 비롯한 인간의 몸 전체로 확장했다. 불쾌한 골짜기 현상은 이렇게 탄생했다.


왜 불쾌한 골짜기 현상이 발생할까. 영국과 독일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에서 ‘불쾌한 골짜기’를 느끼게 하는 영역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생리학과와 독일 아헨공대 휴먼테크놀로지센터 공동 연구팀은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경험할 때 활성화하는 뇌의 내측 전전두피질의 두 영역을 확인했다고 2019년 발표했다.


내측 전전두피질은 외부의 모든 자극을 판단하는 영역이다. 전전두피질의 한쪽은 인간의 얼굴인지 아닌지 판단한다. 사물이 인간과 닮을수록 이 영역은 활성화했다. 다른 한쪽은 뇌가 호감도를 느끼는 영역이다. 사물이 인간과 닮을수록 이 영역은 활성화됐지만, 인간과 매우 흡사한 안드로이드 로봇을 봤을 때는 오히려 억제됐다. 이 두 영역이 불쾌한 골짜기에 관여한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뉴스속 용어]불쾌합니까, 휴먼?…‘불쾌한 골짜기’ 원숭이와 불쾌한 골짜기 연구 [사진출처=semanticscholar]

동물도 불쾌한 골짜기를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연구진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이 현상을 관측했다. 실제로 원숭이는 비현실적인 원숭이 이미지와 진짜 원숭이 이미지보단, 자신과 닮은 이미지를 마주할 때 불쾌함을 드러냈다. 이 연구 결과는 2009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Monkey visual behavior falls into the uncanny valley'란 제목의 논문으로 공개됐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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