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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황을 예측하는 방법이 있다?…'닥터 코퍼'의 비밀[송승섭의 금융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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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 "구리 값 따라 경제도 바뀐다"
1920년 대공황, 2008년 금융위기도 맞춰
다양한 산업에 쓰이는 구리가 '경제 풍향계'
최근 친환경 전환 계기로 예측 능력 떨어져

경제 불황을 예측하는 방법이 있다?…'닥터 코퍼'의 비밀[송승섭의 금융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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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퍼 박사가 추락하고 있다. 하지만 코퍼 박사처럼 경기가 추락할 것 같지는 않다. 코퍼 박사의 예측력은 많이 떨어졌다. 코퍼 박사는 은퇴해야 한다.”


미국의 한 외신에 나온 기사 내용입니다. 코퍼라는 박사의 능력을 지적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사실 코퍼는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구리(Copper, 코퍼)를 의미합니다. 금속광물에 박사(Doctor)라는 별명을 붙인 것이죠. 어쩌다 구리는 박사학위를 얻게 된 걸까요?


경제학자들은 구리가 아주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경기 예측이죠. 구리 가격이 먼저 오르면 경기가 뒤따라 상승하고, 구리 가격이 떨어지면 경기침체가 온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경기가 좋아질지 나빠질지 맞히기는 매우 어려운데요. 구리를 주목하면 경기 상황을 맞출 수 있으니 ‘박사’라는 별명을 붙인 거죠. 닥터 코퍼라는 별명은 19세기 후반부터 투자자들 사이에서 유행했는데 20세기 들어 경제학자들도 사용하기 시작했죠.


1887년 구리선물이 영국의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거래되기 시작한 이후 닥터 코퍼는 상당히 정확한 예측력을 보여줬습니다. 1920년대 구리 가격하락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당시 구리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었죠. 그러다 1929년 주식시장이 사실상 붕괴했던 대공황이 닥쳤고요. 2003년 이후 급속도로 상승하던 구리가격은 2007년 주춤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죠.


경제 불황을 예측하는 방법이 있다?…'닥터 코퍼'의 비밀[송승섭의 금융라이트]

왜 구리는 경제와 함께 움직일까요? 구리는 다양한 산업에 쓰입니다. 가정과 산업계를 불문하고 구리가 사용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각종 전자제품에도 구리가 필요하고요. 전기와 송전에도 필수적입니다. 특히 건설에도 구리가 필요합니다. 구리개발협회(CDA)가 전 세계 구리 사용처를 분석해봤더니 건물건설에 46%의 구리가 투입됐습니다. 즉 구리수요가 늘고 가격이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활발해질 거라는 의미죠. 반대로 구리 수요가 작아 가격이 내려갔다면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고요.


특히 구리는 중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2022년 시카고거래소그룹(CME)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구리 가격은 석유, 금, 은 등 다양한 자산과 강력한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특히 중국에서 더 높은 상관관계가 있었죠. 중국은 구리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나라입니다. 구리 가격이 비싸다는 것은 보통 중국의 경기가 좋다는 것을 의미하고, 중국의 경기가 좋다면 글로벌 경기도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구리가 ‘세계 경기의 풍향계’로 불리는 이유죠.


그런데 왜 전문가들은 코퍼 박사가 은퇴해야 한다고 말하는 걸까요? 최근 경제학계에서는 구리의 경기 예측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봅니다. 지난해 중국의 구리 수요는 전년보다 10%가량 늘어났습니다. 규칙대로라면 중국의 경제가 살아나야 하겠죠. 하지만 구리가 쓰이는 중국의 부동산 투자는 전년보다 9% 줄어들었습니다. 심지어 부동산발 경기침체 우려마저 나왔었고요.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는 ‘친환경 정책’이 거론됩니다. 전기자동차와 태양광에는 엄청난 양의 구리가 사용됩니다. 친환경 제품과 시설을 과감하게 늘릴수록 구리 수요도 늘어나죠.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 구리를 사용한 태양열 에너지 설치를 전년보다 2배 늘렸습니다. 건설·제조업이 좋아서가 아니라,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따라 구리 가격이 올랐던 겁니다.


경제 불황을 예측하는 방법이 있다?…'닥터 코퍼'의 비밀[송승섭의 금융라이트]

현재 구리 가격은 어떨까요? 구리 가격은 현재 하락장에 속해있습니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의 3개월물 구리 선물 종가는 15일 기준 1t당 9148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지난 5월 t당 1만889달러를 기록했던 걸 고려하면 16%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구리와 관련된 상장지수펀드(ETF)를 파는 등 경기침체를 잔뜩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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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기관 투자자들 오히려 구리 관련 상품을 저가에 매수할 기회로 삼았습니다. 개인의 매도 행렬과 달리 기관투자자들은 매수에 나섰죠. 중장기적으로 구리 가격이 오를 호재가 많이 남아있다고 판단한 것이겠죠. 누구의 판단이 옳았는지 지금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겠습니다만. 중요한 건 경제 상황을 판단할 때 하나의 지표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자세겠죠.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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