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비상벨 설치에도 사각지대
전문가들, 근본적인 해법 모색 주문
‘신림동 등산로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도심 속 산책길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해당 사건 이후 CCTV·비상벨이 대거 설치됐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관악산 생태공원에서 만난 황석진씨(66)는 “과거에는 샛길을 통해 공원에 들어오곤 했는데 이제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큰길로 돌아서 들어온다”며 “불안한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미옥씨(75)는 “살인사건 이후 몇 달간 공원에 안 왔다”며 “요즘에도 혼자 나오진 않고 다른 사람에게 전화해서 같이 온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17일 살인범 최윤종은 인근 아파트와 200~300m 거리밖에 떨어지지 않은 등산로에서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당시 최윤종은 CCTV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범행 장소를 정했다고 진술했다. 지금은 CCTV가 추가 설치됐으나 샛길의 경우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곳들이 존재했다.
관악구청은 등산로와 공원에 숲길 안전지킴이를 배치했다. 전직 경찰 및 소방관 출신인 순찰 요원 70명이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숲길을 순찰하며, 지능형 CCTV와 비상벨 619대가 운영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하루 평균 328명이 시내 둘레길을 순찰하고, CCTV와 보안등 등 범죄예방 시설물을 개선에 나섰다. 그러나 시민들은 범죄예방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신모씨(80)는 “공원을 순찰하는 사람들이 자주 보이고 CCTV도 촘촘하게 설치된 것 같다”면서도 “밤에는 절대 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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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CCTV와 순찰 인원 증대보다는 근본적인 해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CCTV나 순찰 인력이 늘어난다고 해서 범죄가 사라진다는 건 막연한 행정 편의 위주의 발상”이라며 “범죄 예방을 위해 물리적 환경 구조를 바꾸는 등 구체적인 대안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범죄 행위는 여러 사회 문화 현상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문제이기에 단순히 치안의 문제만 국한해서 생각하면 안 된다”라며 “범정부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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