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에 어린이집(패밀리존)
올림픽 역사상 처음 등장한 보육 시설
"출산으로 경력 중단하는 일 없어야"
올림픽 메시지, 일상의 일·가정 양립 이어지길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00년 만에 파리에서 다시 열리는 올림픽이다. 이번 올림픽에는 전 세계 206개국에서 1만500여명이 32개 정식 종목에 출전해 금메달 329개를 놓고 경쟁을 펼친다. 출전 선수는 11세 중국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 정하오하오부터 61세 캐나다 승마 국가대표 질 어빙까지 연령을 초월했다. 전 세계인의 축제를 앞두고 또다시 기대감이 차오른다.
세기를 돌아 파리로 돌아온 올림픽. 그때와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더욱 눈길이 가는 건 파리 생드니 올림픽 선수촌 내에 자리 잡은 '패밀리존'이다. 패밀리존은 128년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운영하는 보육 시설이다.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올림픽 기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올림픽 선수촌 어린이집'인 셈이다. 이곳에서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이 보육 시설은 오는 9월8일 막을 내리는 패럴림픽 기간까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된다. 바닥을 육상 경기장 레인으로 꾸며 올림픽 분위기를 조성했고, 올림픽과 연관 있는 각종 장난감과 인형, 실내 자전거 등도 비치했다. 모유 수유를 위한 전용 공간도 마련했다.
선수촌에 보육 시설이 들어선 건 앞서 올림픽 경기에 나섰던 '엄마 올림피언'들이 꾸준히 목소리를 낸 덕이다. 출산 후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핀란드 하키 선수 출신 엠마 테르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회위원장과 엄마가 된 이후에도 도쿄 올림픽에 나와 5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란 위업을 달성한 '육상 스타' 미국 앨리슨 필릭스 등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이들은 "인생의 가장 행복한 일인 출산 때문에 선수 경력을 중단하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개막 전 아직 패밀리존 이용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올림픽 현장에 처음 등장한 패밀리존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만으로도 강력한 메시지가 전달된다. '더 나은 세계 실현에 공헌하는 것', 2024년의 올림픽 정신은 선수들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어린이집에도 깃들었다.
'출산으로 경력을 중단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4년마다 돌아오는 올림픽뿐 아니라 매일의 일상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는 여성의 경력단절에 대한 우려가 합계출산율 감소에 약 40%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지난해 기준 경제활동을 하는 30대 무자녀 여성이 출산을 포기하고 무자녀 상태를 지속할 경우, 경력단절 확률을 최소 14%포인트 줄일 수 있었다는 조사 결과도 내놨다. 일과 가정이 양립하기 어려운 환경이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고용 손실 규모 역시 막대하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여성 경력 단절로 인한 고용 손실이 134만9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여성의 경력 단절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연간 44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이 역시 경력 단절을 최소화할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출산과 육아에 따른 경력 단절 방지를 위해선 부모가 모두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재택근무와 단축근무 등의 지원이 꾸준히 제공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정부는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대통령실 저출생 수석비서관 도입 등을 통해 출산에 따른 경력단절 우려를 포함한 전반적인 문제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고 해결에 힘을 싣겠다는 입장이다. 메시지 전달은 충분하다. 올림픽도 정책 마련도 이제 실전이 남아있다.
김유리 전략기획팀 차장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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