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로 구현한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영상
尹 "극단적 여소야대 이겨낼 단결된 힘 달라"
韓, 득표율 62.84% 획득하며 당대표 선출
눈시울 붉힌 후 "갈등 메우고 봉합해야"
김건희 소환문제엔 "檢, 국민의 눈높이 맞게"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가 열린 23일 경기 킨텍스 1 전시관에 대의원 6000여명 등 당원이 집결한 가운데 한동훈 지도부를 탄생시키며 한 달간 치러진 일정의 막을 내렸다. 각 후보뿐만 아니라 지지자들도 전당대회 기간 내내 갈등을 빚어왔으나 당 지도부와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신임 대표는 한목소리로 '당의 화합'을 강조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전대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간30여분간 고양 킨텍스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4차 전당대회에서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한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됐다고 발표했다.
한 후보는 선거인단에서 62.65%(25만5930표), 여론조사 환산 득표에서 63.46%(6만4772표)를 얻어 합계 62.84%(32만702표)로 1위를 차지했다. 한 후보는 1차에서 과반을 득표해 결선 없이 당 대표로 선출됐다. 원희룡 후보는 합산 18.85%로 2위, 나경원 후보는 합산 14.58%로 3위, 윤상현 후보는 3.73%로 4위를 차지했다.
최고위원에는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 후보, 청년최고위원에는 진종오 후보가 뽑혔다.
대의원만 6000여명 폭우 속 응원전…전대서 AI 기술 첫 도입
이번 전당대회에는 국민의힘 당원으로 구성된 대의원 9423명 중 6317명이 참석했다. 폭우가 내린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각 후보의 지지자들이 집결해 전당대회장 안팎으로 현수막을 내걸고 응원전을 펼쳤다. 또한 공연단을 동원하고 음향 장비를 설치하는 등 지지 후보의 이름이 상대 후보의 이름에 묻혀 들리지 않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였다.
전당대회 초반 사회자들도 전당대회장에 모인 각 시·도당 별로 호응을 유도했다. 그러나 광주·전남 시도당부터 서울시당까지 호명한 후 손뼉을 치지 않은 인사들에게 "손뼉 치지 않는 분들은 정체를 밝힐 수 없는 간첩이냐"고 했고, 한 참석자가 "전북도당은 호명하지 않았다"고 하자 "전북을 따로 해야 하느냐"고 말해 논란을 빚자 사과하는 촌극이 나오기도 했다.
'NEXT, 보수의 진보'를 이번 전당대회 표어로 내건 국민의힘도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등 미래 지향 정당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우선 대의원들과 지지자들이 전당대회 시작 전 즐길 수 있도록 사진을 촬영하면 AI가 얼굴을 인식해 캐릭터화해주는 AI포토부스를 설치했다. 또한 통상 전당대회에서는 가수를 초청해 축하 공연을 하지만, 이번에는 수해 문제 등을 고려해 연예인을 초청하지 않고 대형 LED 화면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전통 공연으로 대체했다.
특히 AI 기술로 구현된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 등 보수 진영 대통령들이 등장해 축사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자유민주주의와 안보, 박 전 대통령은 경제성장,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 등 대한민국 성공 신화를 설명했다. 또한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와 당원에 대한 감사도 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유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인공들께 힘찬 응원을 보낸다"고 축사를 했다. 참석자들은 각 대통령이 등장할 때마다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사회자가 있는 행사였지만 AI 보조 진행자 '힘이'가 코너를 진행하기도 했다. 개표 결과 발표 전 시간에는 힘이가 'NEXT 혁신토크'를 진행하고 당대표 후보들에게 '인구문제 해소'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원 후보는 '주3일 출근제', 나경원 후보는 '저출산특별회계', 윤 후보는 '대학등록금 면제'를 제안했고, 한 대표는 '외국인 이민 논의' 등을 언급했다.
각종 의혹·논란 제기 '막장전대' 비판에…당 지도부와 尹·韓 모두 단결·화합 강조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추경호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행사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한 대표 모두 입을 모아 "똘똘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당대회 기간 내내 당 대표 후보들이 제3자 채상병 특검법·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폭로를 통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 탓에 붙은 막장 전대라는 오명을 씻어내고, 거야에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건전재정 기조, 체코 원전 수주 등 성과를 설명한 후 "아무리 일을 하고 싶어도 제대로 일하기 어려운 정치 상황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며 국민의힘이 하나가 돼 극단적 여소야대 상황을 이겨낼 단결된 힘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께 '다시 대한민국! 다시 코리아!'로 시작되는 응원곡과 함께 전당대회장에 입장했다. 윤 대통령은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인사를 나누며 5분간 입장이 지연됐다. 연단 앞에 마련된 귀빈석에 들어선 윤 대통령은 윤 후보, 나 후보, 원 후보뿐만 아니라 갈등을 빚었던 한 대표와도 악수를 하며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짧은 인사말도 건넸다. 한 후보는 약 60도로 고개 숙여 윤 대통령과 인사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당대표 선출 결과는 확인하지 않고 다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오후 4시58분 당대표 선거 결과를 들은 한 대표는 눈시울을 붉힌 후 자웅을 겨룬 후보들과 포옹과 악수를 했다. 이어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그는 "전당대회에서 때로는 과열되고 갈등도 있었다. 당원동지들이 힘든 한 달을 보낸 것 알고 있다"며 "내가 송구스럽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하셨던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는 '경선 과정의 모든 일을 잊자, 하루아침에 잊을 수 없다면 며칠 몇 날이 걸려서라도 잊자고 말씀하셨다"며 "그 한마디가 치열했던 경선 과정의 균열을 메우고 상처를 봉합하는 한마디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여러분, 국민의 사랑 정말 받고 싶지 않나. 저는 정말 그러고 싶다. 저는 국민들뿐만 아니라 당내 이견이 있을 때 항상 당원들께 동료께 설명해 드리고 경청하고 설득하겠다"며 "저는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의 마음도 챙기겠다"고 화합을 강조했다. 이어 "저는 저를 선택하신 당원동지들이 후회하지 않을 정치, 저를 선택하지 않으신 당원동지들도 존중하는 정치, 더 나아가 국민의 힘을 지지하지 않는 분들도 고개를 끄덕이는 정치를 하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전당대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저는 우리 당에 앞으로 친한이나 친누구니하는 정치 계파 없을 것이라고 말씀드린다"며 "예를 들어 친한이랬을 때 저랑 같이 가는 사람들이 제가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저를 무조건 지지하고 추종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지 않나. 우리 당은 그런 사람 없을 것이다. 저는 우리 당의 이 위기를 극복하고 승리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많은 유능한 분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당정 갈등 봉합은 글쎄…韓 "檢, 김건희 소환 국민 눈높이 고려했어야"
윤 대통령과 한 후보가 함께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한 후보도 윤 대통령을 곧 예방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당정관계가 급속도로 회복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 방식을 두고 "더 국민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평가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1일 검찰청사가 아닌 서울에 있는 경호처 부속청사에서 김 여사를 소환조사했고, 이원석 검찰총장에게도 사후보고했다. 한 대표는 "그간 조사가 미뤄지던 것을 영부인께서 결단하셔서 직접 대면조사가 이뤄졌지 않나. 검찰이 공정 신속하게 결론 내야 한다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검찰 수사 원칙을 정하는 데 있어서 더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 대표는 또 "기본적으로 전당대회 기간 사이에 있던 갈등은 '과거 묻고 가야 한다' '과거는 과거대로 가고 미래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화합하고 단결하고 미래로 가야 한다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박근혜 전 대통령 구형 조작 영상 의혹', 법무부 댓글팀 운영 의혹 등 자신을 향해 제기된 의혹에 대한 법적조치에 대해서도 "없는 것을 만들어낸 것이지 않나. 단지 그것을 취하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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