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권 침해 3년간 63.4%↑
표절 사실 입증 어려워 단속·처벌 구멍
날이 갈수록 소비자들의 눈을 속이는 모방 수법이 정교해지고 있다. 명품 브랜드 상표를 그대로 사용하는 '상표 침해'가 전통적인 방식이었다면 최근엔 유명 디자인을 약간만 변형해 유통하는 '디자인 침해'가 활개를 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자인 모방 범죄를 단속·처벌하는데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특허청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기술경찰)이 디자인권 침해로 형사입건한 이들은 모두 134명으로 2020년(82명)과 비교해 63.4% 증가했다. 디자인권 침해로 형사입건된 이들은 매년 느는 추세다. 2021년 72명이던 형사입건 인원은 2022년 122명, 지난해에는 134명으로 최근 5년간 최고치를 찍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 등으로 디자인 침해 수법도 나날이 다변화하고 있다. 유명 브랜드 고유 디자인을 모방하면서도 외관상 특징을 살짝 변형해 교묘하게 표절 시비를 피해 가기도 한다. 이 때문에 단속과 처벌도 어렵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나머지 디자인은 전부 똑같은데 빗금 하나만 더해 표절이 아니라고 할 만큼 디자인 모방은 표절 사실을 입증하는 일이 어렵다"며 "상표 침해보다 단속과 처벌이 어렵고 소비자가 판단해 제보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엔 한 유명 인플루언서가 명품 브랜드 디자인을 모방한 의류·신발·귀금속 등을 3년간 제조·유통해 총 24억3000만원의 범죄 수익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이는 디자인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피의자를 구속한 최초의 사례였다.
처벌에도 법적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디자인 모방품은 크게 디자인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데 디자인보호법은 존속 기간이 15년으로 긴 반면 표절 사실을 입증하기가 까다롭다. 부정경쟁방지법은 표절 사실 입증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반면 존속 기간이 3년으로 짧다. 대부분 부정경쟁방지법을 적용해 처벌하는 상황이지만, 짧은 존속기간으로 인해 처벌에 구멍이 생기는 셈이다.
특허청은 다변화하는 디자인 모방 범죄를 단속하기 위해 전담 지원단을 신설하며 대응하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산하에 '디자인 단속지원단'을 설치하고 일반 구매자와 소매업자로 활동하며 유통상황을 감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파급력까지 더해지면서 날이 갈수록 확산하는 디자인 침해를 막기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 변호사는 "디자인보호법은 표절 사실 입증이 어려워 대부분 부정경쟁방지법으로 처벌하고 있는데, 존속 기간이 3년으로 짧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자 법적 사각지대"라며 "부정경쟁방지법 존속 기한을 늘리는 등의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