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제기된 한국 기업 소송
5년간 37% 동부지법 몰려
무선통신기술 비중 커지며
자동차 특허소송도 급증
삼성전자, 현대차, LG, SK 등 한국 주요 수출기업이 미국 연방 텍사스 동부 및 서부지법에서 1997년 이후 피소된 특허침해소송(피고 사건)은 783건이고, 이 가운데 113건은 현재 진행 중이다. 대부분이 NPE(Non Practicing Entity, 특허관리전문기업)가 제기한 사건이다. 이들 사건은 대부분 미 연방 텍사스 동부지법에 제기되었다.
한국은 판사들은 평균 2~3년 근무하고 다른 법원으로 옮기지만, 미국의 연방법원 판사는 한 법원에서 10년 이상, 퇴임 때까지 계속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텍사스 동부지법은 존 워드(T. John Ward) 판사가 12년간 근무하면서 특허 소송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판결도 특허권자에게 유리하게 내리는 경향을 보였다. 미국 내 다른 연방법원의 경우 특허권자의 승소율이 60~70%인데 비해 워드 판사는 특허권자의 승소율이 8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워드 판사에 이어 2018년 동부지법 수석판사(Chief Judge)로 부임한 로드니 길스트랩(J. Rodney Gilstrap) 판사도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NPE들이 한국 수출기업 상대 ‘특허사냥터’로 텍사스 동부지법을 선택하는 이유다.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이 발간한 ‘IP 트렌드 국제 지재권 분쟁 동향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미국에서 발생한 한국 기업 관련 사건 1137건 중 416건(36.6%)이 연방 텍사스 동부지법에 제기됐다.
최근에는 텍사스 서부지법도 비슷한 경향을 보여 한국 대기업들의 특허 피소 사건이 이곳으로도 많이 몰리고 있다.
법률신문이 미 연방 텍사스 동부 및 서부지법 특허소송 건수를 전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텍사스 동부·서부지법에서 14일 기준 현재 진행 중인 특허침해소송이 87건에 달한다. LG전자는 23건, 현대차는 3건이다. 이들 세 기업의 특허소송을 법원별로 살펴보면 ▲텍사스 동부지법 99건 ▲텍사스 서부지법 14건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 동부지법에서 주요 NPE들과 다수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 NPE가 바로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스테이턴 테키야(Staton Techiya)이다. 2021년 11월 스테이턴 테키야는 삼성전자가 빅스비(음성인식 플랫폼) 기술 등 10건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제소했다. 이 회사는 안승호 전 삼성전자 부사장이 세운 시너지IP와 손 잡고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소송에선 지난달 패소했다. 이후 2022년과 2023년 삼성전자와 하만을 상대로 추가 소송을 각각 제기했고, 모두 재판이 진행 중이다.
무선 통신기술이 자동차에 접목되는 비중이 높아지며 자동차 관련 특허 관련 소송도 늘어나는 추세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4월 ‘멜 내빕(Mel NavIP)’이라는 NPE가 텍사스 동부지법에 낸 6건의 특허침해소송에 함께 피소됐다. 멜 내빕은 제네시스 G80의 내비게이션의 음성 인식 기능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현대·기아차와 멜 내빕 간 합의로 지난달 멜 내빕이 소송을 철회했으나 두 기업은 소송 비용과 합의금을 합해 거액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한국 기업들이 NPE들의 특허소송에 반소(反訴)를 내거나 특허무효심판을 내며 반격에 나서는 양상도 나타난다. NPE의 무차별적 공격에 합의 비용을 지불하고 분쟁을 조기에 끝내기보다는 정공법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1일 시큐어 와이파이(Secure Wi-Fi)와의 특허침해 소송에서 이 회사를 상대로 반소를 제기했다. 앞서 올해 1월 시큐어 와이파이는 삼성전자가 특허를 무단 사용해 갤럭시23 시리즈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며 연방 텍사스 동부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주심판사는 안 전 부사장과 스테이튼 테키야에 패소 판결을 한 로드니 길스트랩 수석판사로, 삼성은 안 전 부사장 사건에서도 반소를 제기했다.
연방 텍사스 동부지법에서 국내 기반 NPE 팬택 코퍼레이션과 특허소송 중인 LG전자도 지난해 미국 특허심판원(PTAB)에 팬택의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특별취재팀>
홍윤지·이순규·안현·이진영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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