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까지 내면 남는 게 없다", "포장 할인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배달의민족이 포장 주문 수수료 부과 계획을 밝히자 쏟아진 외식업주들의 원성이다.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지자 일부 정치인도 편승해 독과점 기업의 갑질이라고 성토에 나섰다. 주문만 받아주고 6.8%를 떼는 것은 ‘치졸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은 이런 비난 일색의 반응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듯 당황스러워했다. 포장 중개이용료 개편은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 자율규제 추가 방안으로 이미 발표한 사안이었던 데다 경쟁사의 경우 이미 10% 이상의 포장 주문 수수료를 받고 있어서다. 서비스를 내놓은 뒤 4년 동안 무료로 운영했고 입점 업주 대부분인 기존 가입자는 내년까지 무료가 유지되는데, ‘갑질’이라니, 억울하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 입장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배민을 비롯한 배달 플랫폼 업계의 포장 주문 수수료 정책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배민은 내달 1일부터 신규 입점 점주를 대상으로 포장 주문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수수료는 배달과 같은 6.8%로 정했다. 기존 입점 업주는 내년 3월까지 수수료 부과를 유예하는 방식으로 무료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여기서 배민은 무료 정책을 내년 3월 말까지 1년 연장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배민 입점 업체 대부분이 포장 주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 당장 이용료가 부과돼 영향을 받을 ‘신규 가입 업주’는 많지 않다고 봤다. 배민 전체 주문에서 포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한 자릿수에 불과해 업주 부담이 대폭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입점 업주 입장에선 내년 이후로는 무료 정책이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힘든데 앞으로 부담이 늘어난다는 소식이 반가울 리 없다.
그렇다면 포장 주문 서비스 수수료 부과는 필요할까. 받아야 하면 적정 수수료는 얼마일까. 포장 주문 서비스는 배달과 마찬가지로 앱을 통해 가게가 노출되고 주문을 발생시켜 입점 식당의 매출로 연결된다. 플랫폼은 시스템 운영 비용 등도 배달 서비스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국내외 배달 플랫폼이 모두 포장에 배달 주문에 준하는 수수료를 받는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요기요가 배달과 같은 12.5%의 포장 주문 수수료를 받고 있다. 해외에서도 유럽의 딜리버루가 12%, 동남아의 그랩푸드는 최대 15%의 포장 주문 수수료를 받는다. 도어대시와 우버이츠는 업주가 의무적으로 포장 주문 서비스에 가입하도록 하고 수수료는 6% 수준이다.
경쟁사나 글로벌 시장의 사례를 보면 배민을 ‘갑질’이라고 몰아붙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민이 집중포화를 맞는 이유는 국내 1위를 달리며 이 생태계 구성원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쳐서일 것이다. 배민의 작은 정책 변화도 수많은 외식업주의 생계에 소용돌이를 일게 한다. 앱 내 중개 기능을 통한 주문에 수수료 부과가 당연하다손 치더라도 업주 부담이 늘 것이 명약관화하면 결정 과정과 대책에 대해 협의하고 설명해야 했다.
배민은 그동안 포장 서비스 기능 개선을 지속해왔다. 포장 주문 활성화 정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이제는 두루뭉술한 계획이 아닌, 수수료가 서비스 활성화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어떻게 만들지 업주들과 논의할 때다.
김철현 바이오중기벤처부 차장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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