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이대 공동연구팀, AI 통한 차세대 인공후각시스템 개발
많은 연구가 이뤄진 인간의 시각, 청각과 달리 후각과 미각은 독특한 분야다. 인공 후각 기술, 즉 ‘전자코’는 실제 후각 성능보다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후각이 시각과 청각과 비교해 훨씬 복잡한 화학적 결과물을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후각은 다양하고 복잡한 냄새 물질들을 패턴화해 구별하는 반면 인공 후각 기술은 주로 단일 물질 또는 구별이 아주 쉬운 물질들의 혼합물만을 분별해내는 데 그친 이유다. 이런 문제를 인공지능(AI)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오준학 교수와 이화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박태현 교수 공동 연구팀은 인간의 후각 수용체와 뉴로모픽 소자를 결합한 차세대 인공 후각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인공 후각 시스템은 인간의 후각을 모방해 냄새를 감지하고 분석하는 데 사용된다. 의료, 보안, 환경,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빠른 감지 속도와 높은 정확성을 갖춘 이 시스템은 화합물 종류와 농도의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또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새로운 응용 분야를 열어주는 중요한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공동 연구팀은 인간의 후각 수용체 3종을 나노디스크로 만들고 이를 뉴로모픽 소자에 도입했다. 개발된 시스템은 후각 수용체에 의해 다양한 냄새 물질에 대해 높은 민감도를 보인다. 이와 함께 뉴로모픽 소자를 기반으로 냄새 정보의 패턴을 인지하고 학습한 후 미지의 냄새를 추론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인공 후각 시스템이 인공 신경망 학습을 통해 여러 가지 냄새 물질들을 분자 사슬 길이 수준에서 분별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의 혼합물도 매우 높은 정확도로 구별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연구의 주목할 만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박태현 교수는"후각 수용체 어레이가 만드는 냄새 물질 고유의 패턴 정보를 인간의 뇌를 모사한 뉴로모픽 소자가 학습하고 추론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후각과 매우 유사하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후각의 온-디바이스(On-device)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준학 교수는"인간의 뇌를 모방한 뉴로모픽 시스템에 실제 인간의 후각 수용체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향후 후맹이나 미맹 환자를 위한 바이오메디컬 분야와 뇌-컴퓨터를 연결하는 뉴럴 인터페이스(neural interface)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혁신적인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을 비롯해 기초연구실지원, 나노소재기술개발 그리고 도레이과학진흥재단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뉴로모픽(Neuromorphic): 뉴런(neuron)과 형태(morphic)라는 단어를 결합해 만든 신조어로, 인간 뇌의 구조와 기능을 모방해 설계한 기술 또는 시스템을 뜻한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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