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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혜은이 들락거리던 곳 지금은 케이팝 찾는 외국인들로 가득"[을지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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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아버지 가업 이어 쎈츄럴관광호텔 운영
7080 문화공간에서 K팝 따라 외국인 찾는 곳으로 변신

"조용필·혜은이 들락거리던 곳 지금은 케이팝 찾는 외국인들로 가득"[을지로터리] 사진=김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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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을지로의 다른 이름은 '힙지로'. 오래된 건물과 골목 곳곳 재건축이 뒤섞여 혼란한 모습이지만 과거와 현재가 겹쳐 있다는 점에서 묘한 매력을 준다. 한때는 산업이 쇠퇴하며 위기를 맞았으나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을지로의 생명력이 되살아났다. 특유의 감성으로 입지를 굳힌 을지로, 그리고 이곳의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만나 도시의 미래를 조망해본다.

1969년에 문을 열어 2대째 이어져 오고 있는 쎈츄럴관광호텔에는 오랜 역사가 깃들어 있다. 이곳은 디스코텍 팽고팽고, 조용필, 혜은이 등 가수를 배출해 낸 봉조클럽, 볼링장 등이 유명했던 7080 문화·공연의 중심지였다. 지금은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됐다. 을지로에 지하철 1,2,3,5호선이 있어 교통이 편리한데다 청계천, 시장, 경복궁, 창경궁, 인사동 등 유명 관광지 접근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성숙 센츄럴관광호텔 사장은 아버지에게 가업을 이어받아 쎈츄럴관광호텔을 운영 중이다. 한때 한국 여성 개발원, 노동 연구원 등에서 일했지만 1997년 가업을 물려받아 센츄럴관광호텔을 맡게 됐다. 처음 맡았을 때는 생소했다. 고객의 니즈를 하나씩 맞춰가며 접점을 찾았다. 가족들이 좋아하는 공간이다 보니 책임감이 강하게 들었다. 이 사장은 "아버지가 세운 곳이고, 어머니와 둘째 오빠가 생전에 좋아했던 곳이기에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며 "평생을 부모님의 울타리에서 살았으니, 쎈츄럴관광호텔을 운영하며 부모님의 울타리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4남 3녀 중 여섯째지만, 아버지는 이 사장의 정직함과 따뜻한 마음을 크게 보고 경영을 맡겼다. 이 사장은 "부모님이 솔선수범하신 모습을 늘 봤기에 나도 자연스럽게 배운 거 같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고, 타인에게 무언가를 베풀 때 기쁨을 느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경영을 맡기면서 강조한 점은 친절이다. 그는 "손님이 머물 때 집처럼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친절을 베풀라고 강조하셨다"고 했다.


오랜 시간 지냈기에 을지로에서의 추억도 많다. 이 사장은 "어렸을 때 을지면옥, 을지다방을 자주 갔다. 아버지를 따라갔던 허름한 기와를 가진 한옥의 갈비집도 생각난다. 그런 기억이 진한 향수가 되어 그리울 적이 많다"고 말했다. 을지로 많은 상인과 오랜 인연도 맺었다. 인근 상인 중 쎈츄럴관광호텔에서 상견례를 하고, 백년가약을 맺은 분도 많다고 했다.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무르다 보니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절감하기도 한다. 그는 "호텔이 처음 문 열었을 때 중학교 3학년이었는데 이제 70세를 바라본다"며 "호텔을 통해 아버지의 후손들(손자, 손녀, 외손자 외손녀들)이 협력해 잘 운영할 수 있는 협력체를 만들고 싶은 것이 바람"이라고 했다.


"조용필·혜은이 들락거리던 곳 지금은 케이팝 찾는 외국인들로 가득"[을지로터리] 호텔 내부. 사진=쎈츄럴관광호텔 제공

이 사장은 특히 "케이팝에 감사한 마음"이라며 케이팝(K-POP)을 좋아하는 팬, 축구선수 손흥민을 좋아해서 오는 팬 등 많은 외국인이 호텔을 찾는다고 했다. BTS(방탄소년단)가 공연할 때 쎈츄럴관광호텔에 머물며 멤버들의 발자취를 따라 을지로를 탐방하는 팬들이 많았고, 한국 문화를 더 가깝게 체험하려는 외국인들의 방문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주로 일본, 중국 팬들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프랑스, 덴마크, 독일, 미국 팬들도 을지로를 찾는다"며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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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이슈로 오래된 가게들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이 사장은 을지로 대로변에는 공구 상가들이 있고 골목골목에는 공장과 장인이 많았던 상권이었다고 당시 모습을 회상했다. 도로가 협소해 자동차가 아닌 손수레와 지게꾼의 도움으로 기계들이 대로까지 옮겨졌었다고 한다. 이 사장은 "을지로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사라지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공간으로 바뀔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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