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분해 조건이 가장 까다롭다고 알려진 바닷속에서 미세플라스틱 대부분이 생분해되는 종이 코팅제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지구적 난제다. 특히 플라스틱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5㎜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은 바닷속과 해수면을 수십 년 이상 떠다니며 해양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데서 문제가 불거진다. 이번 연구 결과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KAIST는 명재욱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양한슬 생명과학과 교수와 서종철 연세대 패키징 및 물류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지속가능한 해양 생분해성 고성능 종이 코팅제를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일상적으로 쓰이는 종이 포장의 경우 이미 친환경 포장재로 인정받는다. 다만 수분 저항성과 산소 차단성, 강도 등에서는 제한이 크다.
종이 포장재의 낮은 차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폴리에틸렌(PE), 에틸렌비닐알코올(EVOH) 등이 코팅제로 활용된다. 하지만 이들 물질은 쉽게 분해되지 않아 자연환경에 노출되면 플라스틱 오염을 심화하는 주범이 된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그간에도 다수 바이오 기반 물질과 생분해성 플라스틱 등을 활용한 패키징 소재가 개발됐지만, 패키징 성능을 키울수록 생분해도가 낮아지는 딜레마를 풀어가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세대 연구팀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폴리비닐알코올(polyvinyl alcohol)과 붕산(boric acid)을 이용해 고물성 필름을 제작, 이를 종이에 코팅해 생분해성·생체 적합성·고차단성·고강도를 갖는 패키징 소재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개발된 코팅 종이는 산소나 수증기에서 우수한 차단성을 보이는 동시에 물리적 강도가 높게 나타났다. 특히 다습한 환경에서도 높은 인장강도를 유지해 종이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극복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KAIST 연구팀은 연세대 연구팀이 개발한 코팅 종이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생분해도와 생체적합성을 심층 검증했다.
실험실에서 해양환경을 모방해 코팅지의 생분해도를 측정하고, 물질의 탄소 성분이 이산화탄소로 광물화(mineralization)되는 정도를 111일 동안 분석하는 방식이다. 이 결과 코팅 성분에 따라 적게는 59%에서 많게는 82%가 생분해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 전자현미경으로 해양 미생물이 코팅 소재를 분해하는 현상과 코팅 소재의 낮은 신경독성을 확인한 후 쥐를 이용한 생체반응 실험으로 코팅 종이의 높은 생체적합성을 검증했다.
명재욱 KA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종이 패키징의 한계를 극복해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면서, 패키징 성능을 높이는 코팅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며 “연구팀이 개발한 종이 코팅제는 인위적 개입 없이도 자연환경에서 생분해되며, 저독성 물질이라 의도치 않게 버려지더라도 환경오염을 심화시키지 않는다. 잠재적으로 플라스틱 포장재의 지속가능한 대체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라고 말했다.
고성능 종이 코팅 개발 연구를 주도한 서종철 연세대 교수는 “연구를 통해 난분해성 플라스틱 포장의 대체 가능한 친환경 종이 포장 기술을 개발했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실제 산업현장에서 응용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친환경 지속가능 과학·기술 분야, 식품과학·기술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학술지 ‘Green Chemistry’와 ‘Food Chemistry’ 등 온라인판으로도 출판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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