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문자 대신 귀여운 이모티콘
경직된 조직 분위기 완화 역할
직장 생활 중 다소 당황스러운 상황과 마주했을때 이모티콘을 사용해 유연하게 대처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많은 직장인이 하이브를 겨냥한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작심 기자회견'에서 '직장인 민희진'의 모습에 공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민 대표가 박지원 하이브 대표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이모티콘을 통해 복잡한 감정을 유쾌하게 표현한 것을 두고 많은 이들은 "내 모습 같다"며 호응했다. 이모티콘은 직장인들의 필수 의사소통 수단이 된 지 오래다.
11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이모지·이모티콘이 새로운 직장인 소통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과 의도를 전달하는 도구로 이모지·이모티콘이 자리매김하면서 소통방식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딱딱한 언어로 경직된 조직 분위기를 완화하고 가벼운 유머를 통해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이모지는 이미지 자체로, 이모티콘은 문자·기호·숫자 등의 텍스트를 조합한 그림의 형태를 의미한다.
이모티콘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된 건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영향이 크다. 특히 직장에서 업무를 위해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양한 이모티콘을 활용해 감정을 표현하고 의사소통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월평균 이모티콘 사용자 수는 3000만명, 이모티콘 누적 구매자 수는 2700만명이다.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이모티콘으로 대화를 한 셈이다. 카카오의 정기구독 상품 '이모티콘 플러스'의 구독자 수도 지난해 12월 기준 200만명을 넘어섰다. 같은 해 누적 10억 원 이상 매출을 낸 이모티콘은 116개, 1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한 경우는 1852개 달한다. 2011년 이모티콘 서비스 시작 이래 10여년 만에 달성한 성과다.
이모지·이모티콘이 새로운 언어 트렌드가 되면서 이를 마케팅이나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사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토스뱅크는 2022년 자체 이모지 '토스페이스'를 출시했다. 보수적인 금융사 이미지에서 탈피, 신선함·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의 프레임워크 R&D그룹은 이모티콘 사용으로 비효율적인 답신문화를 없앴다. 내용을 체크했을 때는 확인 완료 이모티콘을, 의견을 칭찬하고 싶을 때는 엄지척 이모티콘을 쓴다.
보고서는 "이모지·이모티콘이 마케팅, 소통, 조직문화의 가치 향상 수단으로서 긍정적인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모지·이모티콘 활용 시 지속적인 업데이트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취향이 뚜렷하고 모바일에 친숙한 MZ세대와의 접점 마련 수단으로 원활한 소통 및 세대 간 공감대 형성을 도모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미래의 알파 세대와도 연결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모티콘 사용 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사용하면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 기업의 경우 브랜드의 신뢰성과 전문성을 훼손할 가능성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밀레니엄 세대 분석' 리포트에서 "전문적 주제에 어울리지 않는 이모티콘을 넣어 부정적인 소비자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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