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시민대표단, 미성년 등 대변할
‘미래세대 옴부즈맨’ 포함해 재구성 필요
지난달 22일 연금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대표단 492명 대상으로 한 연금개혁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3차례의 숙의토론회를 거쳐 두 가지 모수 개혁안에 대한 투표였다. 1안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늘리고 소득대체율도 40%에서 50%로 늘리는 방안이다. 2안은 보험료율을 12%로 1안보다 덜 올리는 대신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방안이다. 1안이 소득보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2안은 재정 건전성에 중점을 두었다. 결과적으로 1안이 2안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대표단 구성을 고려할 때 소득보장안이 재정안정안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은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청년세대인 18~29세 대표 79명 중 53.2%가 '더 내고 더 받는' 내용의 1안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미래의 부담을 생각해 청년세대가 1안보다 2안을 선호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다른 결과다. 전문가들은 보험료 인상률을 줄이는 대신 연금고갈을 늦추는 것이 청년세대에 더 유리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연금개혁 논의에서 미래세대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미래세대’의 정의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청년이 미래세대라고 말하며, 어떤 이는 청소년과 영유아, 어떤 이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어떤 논의이건 현세대가 고려하는 미래세대의 범위는 한·두 세대를 넘어서지 못한다. 필자는 2012년 출간한 '미래세대의 지속가능발전 조건'에서 미래세대를 '현세대의 결정과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만, 아직 미성년이거나 태어나지 않았기에 그들의 목소리를 현실 정치나 정책에 반영할 수 없는 사람들'로 정의한 바 있다.
현재의 청년세대(18~29세)는 투표권을 갖고 있으며, 그들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다. 그러나 영유아와 청소년,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는 현세대의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만 대표되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들의 입장과 권익을 대변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청년세대는 그들의 입장과 이해만 대변할 뿐, 미래세대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표단 500명에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를 포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전례가 없었다는 이유 등으로 채택되지 않았다고 한다. 미래세대의 대표성 확보는 어디에서도 시도되지 않은 방식이고, 방식도 불투명하기에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누가 미래세대의 입장과 이해를 대변할 수 있을까? 필자는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에 ‘미래세대 옴부즈맨’을 대표군으로 포함시킬 것을 제안한다. 옴부즈맨은 고대 스웨덴어로 ‘대리인’을 의미한다. 미래세대 옴부즈맨 구성은 재정, 복지, 교육, 환경, 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세대의 권익을 옹호할 수 있는 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후보자로 선정하는 것이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0~17세까지의 연령구성 비율로 옴부즈맨을 포함해 대표단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미래세대를 위한 옴부즈맨은 실현할 수 있고 민주적으로 수용 가능하며 잠재적으로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연금개혁을 차기 국회로 넘기는 한이 있더라도 미래세대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한 공론화 과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서용석 KAIST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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