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기대감 경계심리에 매물 쏟아져
이번주 빅테크 실적 발표 분기점
증권가는 반도체주의 하락을 '분할 매수' 기회라고 분석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세 둔화로 해석하기보다 과도한 기대감을 경계하는 심리에 매물이 쏟아졌다는 설명이다. 앞서 TSMC는 실적 전망을 하향했고, 이에 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이 일제히 급락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93%(1500원) 하락한 7만61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도 0.98%(1700원) 내린 17만1600원에 마쳤다.
이날 국내 반도체주 하락은 잇따른 악재에 따른 것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TSMC가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이 발단이었다. TSMC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메모리 제외)의 성장률을 '10% 이상'에서 '약 10%'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성장률 전망치도 '약 20%'에서 '10%대 중후반'으로 내렸다.
이에 다음 날 엔비디아 주가는 전장보다 10% 급락한 762달러(105만원)에 마감하며 올해 2월21일 이후 가장 낮은 주가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칩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데, 자체 설계한 AI 칩 제조의 대부분을 TSMC에 맡긴다.
이밖에 AMD(―5.4%), 마이크론(―4.6%), 인텔(―2.4%), 퀄컴(―2.4%) 등의 주가도 내림세로 마무리했다. 그 결과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역 4.12% 떨어졌다.
게다가 슈퍼마이크로(SMCI US)가 8분기 만에 잠정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점도 반도체 투자심리 위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SMCI 주가도 23% 급락했다.
AI 수요 증가세 둔화 우려가 불거지면서 반도체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증권가는 현재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을 수요 둔화세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반도체주의 이익 성장 기대가 과도해지자 경계심이 커지면서 나타나는 대규모 매도라고 평가한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TSMC의 실적을 보면 AI 수요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특히 TSMC가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는 애플의 아이폰 수요가 위축된 영향이 있었는데,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반도체 수요가 그 빈자리를 채웠다"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SMCI에 대해서는 "실적 성장세가 강한 건 사실이지만, 반도체주 안에서 밈 주식(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투기적으로 거래하는 주식)의 성향을 강하게 띠고 있는 종목"이라고 진단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도 "AI와 관련된 수요는 올해도 TSMC의 고사양 패키지(CoWoS)로는 충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 만큼 견조한 모습을 확인했다"며 "하반기 엔비디아의 신제품 GB200이 출시되는 만큼 일부 대기 수요가 발생할 수 있으나, 이는 전반적인 AI 투자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라고 진단했다.
류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시장은 확실한 근거를 찾기 이전까지 높아진 눈높이를 조정하는 시간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부터 시작되는 빅테크 업체들의 실적과 가이던스가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주는 테슬라(화요일), 메타(수요일),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목요일) 등 빅테크 실적이 대기 중이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4월 데이터상으로 낸드 수요회복에 주목할 만하다"며 "이번 조정구간을 주도주(엔비디아)에 대한 재진입이나 업종 내 비중 확대 기회로 삼는 것도 유의미하다"고 판단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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