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춘계회의 한국 통화정책 관련 대담
"1년 6개월 전과는 다른 성격"
"지정학적 위험, 주변국 통화 약세 영향 받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1400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에 관해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변동성을 완화할 자원과 수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17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 춘계 회의 계기로 열린 대담에서 "최근 약 두 주 동안 원·달러 환율은 펀더멘털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에서 벗어날 만큼 외부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서도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자원과 수단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전날 미국 CNBC방송과 진행했던 인터뷰에서도 환율 문제와 관련해 "시장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최근의 변동성은 다소 과도하다"며 "환율 변동성이 계속될 경우 우리는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은과 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환율이 1400원까지 치솟자 구두개입을 실시한 바 있다.
이 총재는 현재의 환율 급등 현상이 2022년 11월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 고점은 2022년 11월3일 기록한 1423.8원이었다. 그때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계속 이어질 거라는 예상에 따라 달러 가치가 꾸준히 올라갔던 것이고, 지금의 강달러 현상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는 시장의 전망에 기인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미국이 지금 수준의 금리를 얼마나 지속할 것인지, 언제부터 내릴 것인지가 불확실한 부분이라 신흥국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이라며 "불확실한 상황이 많이 벌어지는 민감한 시기이기는 하지만, 시장이 미국의 통화정책 스탠스에 적응하게 된다면 환율 부담은 줄어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최근 환율 움직임의 이유에 대해 미국의 통화정책 외에도 중동 불안에서 불거진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석유 수입국인지 아닌지에 따라 영향이 사뭇 다르다"고 말했다.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의 절화가 원화 약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원화가 위안화와 엔화의 '위험회피수단(hedging instrument)' 역할을 하고 있어 영향을 더 받는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일본·중국 등) 주변국 통화에 프록시(proxy·대리)되다 보니 원화가 우리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절하된 면도 있지 않나 의심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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