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 이사가 27일(현지시간)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때 깜짝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발언으로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을 부추겼으나 매파(통화긴축 선호) 기조를 다시 드러냈다. 인플레이션 등 경제 지표에 따라 올해 금리 인하 횟수를 줄이거나 시기를 늦춰야 할 것이라는 입장도 내비쳤다.
월러 이사는 27일(현지시간) 오후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Fed가 금리를 예상보다 오래 현 수준에서 유지해야 할 수도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을 가진 그는 "인플레이션 진전에도 불구하고 최근 지표는 실망스럽다. 고용에 대한 메시지도 엇갈리고 있다"면서 "금리 인하를 지지하기 전에 더 많은 인플레이션 진전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ed 내 대표적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로 꼽히는 월러 이사는 지난해 11월 말 공개연설에서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현 통화정책이 물가안정 목표 2% 달성에 적절하다고 말하면서 시장의 피벗(pivot·방향 전환) 기대감을 촉발한 인물이다. 다만 최근 연설에서는 "금리를 빨리 내릴 이유가 없다"고 신중한 기조를 표했었다.
월러 이사는 인플레이션 재반등을 우려했다. 그는 변동성이 큰 식품,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를 3개월, 6개월 단위로 분석한 결과, 인플레이션 진전이 둔화 또는 정체됐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조금 더 기다렸다가 금리를 인하하는 리스크가 너무 빨리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 낫다"면서 "너무 빨리 인하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치솟는 위험은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지표에 따라 올해 금리 인하 횟수를 줄이거나 시기를 늦추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면서도 아직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도 확인했다. 예상보다 견고한 미 경제가 Fed에 더 오랜 기간 상황을 주시할 수 있는 여력을 주고 있다는 것이 월러 이사의 설명이다. 그는 "Fed는 올해 말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논의 테이블에서 인하 카드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월러 이사의 발언은 최근 금리 인하 전망을 둘러싼 Fed 내 분열이 확인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개돼 눈길을 끈다. Fed는 3월 FOMC에서 금리를 현 5.25~5.5%로 동결하고, 점도표상 올해 말 금리 전망치도 4.6%로 유지했다. 이는 연말까지 3차례 금리 인하가 가능함을 시사한다.
하지만 점도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19명 중 9명이 2회 인하를 예상하는 등 기존보다 3회 인하 전망은 축소됐다. FOMC 투표권을 가진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단 한 차례 인하만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이날 Fed가 6월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을 70% 이상 반영하고 있다.
관건은 이번 주 공개되는 2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다. 월가에서는 전년 대비 2월 PCE 상승폭이 직전 달 2.4%에서 2.5%로 반등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월 대비로도 소폭 반등이 예상된다. Fed가 주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근원 PCE는 직전 달(2.8%)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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