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관련 혐의
2심 전부 무죄 판결 파기환송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 인정된다고 판단
대우조선해양에 우호적인 칼럼과 사설을 써주는 대가로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 등으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에 대한 2심 전부 무죄 판결이 파기됐다.
송 전 주필이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으로부터 8박9일 초호화 유럽 여행을 제공받을 당시 최소한 우호적 여론 형성에 관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고, 송 전 주필이 이를 인지하고도 그 같은 접대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12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된 송 전 주필과 배임증재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표의 상고심에서 송 전 주필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박 전 대표에 대한 검사의 상고는 기각돼 2심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송 전 주필은 박 전 대표로부터 2007~2015년 기사 청탁의 대가로 총 4000만원 상당의 현금 및 수표, 940만원 상당의 상품권과 골프접대 등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남 전 사장에게 우호적인 칼럼 및 사설을 게재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2011년 9월1일부터 9월9일까지 3900만원 상당의 경비가 소요된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혐의도 받았다. 송 전 주필은 8박 9일 동안 유럽을 여행하면서 항공권, 숙박비, 식비, 전세기, 호화 요트 등을 제공받았다.
당시 송 전 주필은 유럽 여행을 하면서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대우조선해양 쪽이 마련한 호화 요트를 즐긴 뒤, 전세기를 타고 그리스 산토리니까지 이동하는 등 초호화 여행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남 전 사장은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나와 대우조선해양에 큰 힘이 돼줄 조선일보 논설위원실 실장, 논설주간이던 송 전 주필을 각별히 성심껏 모셨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아울러 송 전 주필은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으로부터 2012~2015년 현금 및 상품권 1200만원과 골프 등 접대 500만원 등을 제공받은 혐의, 2015년 2월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사무실로 불러 고 전 사장의 연임을 청탁한 혐의도 있다.
박 전 대표는 홍보대행 회사를 운영하던 중 2010년 6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조선일보 논설위원실 논설주간 내지 주필이던 송 전 주필에게 자신의 고객들의 입장을 반영한 기사의 게재, 관련 언론보도 등을 부탁하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2007년 초순경부터 2015년 5월경까지 12회에 걸쳐 합계 4974만원 상당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공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대법원은 송 전 주필의 여러 혐의 중 남 전 사장과 관련된 배임수재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앞서 2심 재판부가 "남 전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에 우호적인 개별 사설, 칼럼의 게재에 관해 청탁을 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남 전 사장이 우호적인 여론 형성에 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내심의 기대를 갖고 재산상 이익을 공여했더라도, 이를 현안에 관한 어느 정도 구체적이고 특정한 임무행위에 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던 혐의다.
이날 대법원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례를 원용해 "배임수재죄에서 '부정한 청탁'이란 청탁이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말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탁의 내용, 이에 관련돼 취득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종류·액수 및 형식, 재산상 이익 제공의 방법과 태양, 보호법익인 거래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해야 하며, 그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는 없고 묵시적으로 이뤄지더라도 무방하다"고 전제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피고인의 지위, 남 전 사장과 피고인의 관계, 교부된 재산상 이익의 정도, 대우조선해양의 당시 상황 등에 비춰 보면 남 전 사장이 묵시적으로나마 피고인에게 우호적 여론 형성에 관한 청탁을 했고, 피고인은 그러한 청탁에 대한 대가라는 사정을 알면서 약 3973만원 상당의 유렵여행 비용을 취득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아가, 피고인이 남 전 사장으로부터 거액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으면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우호적 여론 형성에 관한 청탁을 받은 것은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 법원은 송 전 주필이 박 전 대표와 유착관계를 맺고 그의 고객이 청탁한 기사를 써주며 이익을 챙긴 행위에 대해 "언론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했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47만4150의 추징을 명했다. 박 전 대표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2심 법원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송 전 주필에 대해 "피고인은 언론인으로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건강한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고객을 만난 것으로 볼 수 있고, 영업의 묵시적 청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칼럼 내용을 보더라도 피고인이 대우조선해양뿐만이 아니라 부실기업에는 공적자금 지원보다 국민주 공모가 바르다는 방식의 견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내용이 수차례 게재됐지만, 부정한 청탁에 의해 썼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송 전 주필이 박 전 대표로부터 해외여행과 골프 접대를 제공받은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송 전 주필이 유럽여행을 기획한 사실이 있고, 언론인이 비용을 제공받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은 상당히 부적절해 보인다"라면서도 "하지만 이런 것들이 막연한 기대를 넘어 부정한 청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골프 행사에 관여한 사람들과 행태 등에 비춰보면 대가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배임수재나 배임증재의 성립요건인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박 전 대표에 대해서도 "피고인은 고객을 만나고 홍보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며 "두 피고인 사이를 상시적 유착관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은 송 전 주필의 혐의 중 남 전 사장 관련 혐의에 대한 2심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원심은 피고인이 남 전 사장으로부터 거액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더라도 남 전 사장이 피고인에게 구체적이고 특정한 청탁을 하지 않은 이상 배임수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는데, 대법원은 이 부분을 파기환송한 것"이라며 "남 전 사장이 당시 구체적이고 특정한 내용의 청탁을 하지 않았더라도, 피고인의 지위, 남 전 사장과 피고인의 관계,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상황, 제공된 재산상 이익의 정도 등에 비춰 묵시적 청탁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고, 그러한 청탁의 대가로 피고인이 거액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면 배임수재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아가 대법원은, 언론의 공정성, 객관성, 언론인의 청렴성, 불가매수성 등에 비춰 언론인이 특정인이나 특정 기업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으면서 우호적 여론 형성 등에 관한 청탁을 받는 것은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송 전 주필은 1978년 공채 15기로 조선일보에 입사한 뒤 사회부·경제부 기자, 일본특파원, 워싱턴지국장 등을 거쳐 2005년 3월부터 2006년 11월까지 편집국장을 지냈다. 이후 논설위원실 실장, 논설주간(이사) 등을 거쳤고, 2014년 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주필, 편집인을 역임했다. 2013년 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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