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이 7일 한국 산업계가 중국 성장률 둔화와 한·중 교역구조 변화의 영향으로 '차이나 쇼크'를 겪는 가운데 '제2의 차이나 쇼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를 내놨다.
박상현 연구원은 "전 세계가 중국 성장률 둔화와 시코노믹스 불확실성에 따른 차이나 쇼크를 경험하고 있지만, 우리 경제 입장에서는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 파장이 아닌 '경쟁관계 강화'라는 또 다른 제2의 차이나 쇼크에 대비할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시코노믹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 노선이다.
지난 2월 한국의 대중 수출은 조업일수 감소와 중국 춘제 연휴 영향이 작용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2.4%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반면 대미 수출은 조업일수 감소에도 전년 동월 대비 9% 증가했다. 2월 대미 수출액이 대중 수출액을 2개월 만에 또다시 상회했다.
박 연구원은 "중국의 부동의 1위 수출자리가 흔들리고 있다"며 "더욱 중요한 것은 추세로 대미 수출액은 각종 대내외 악재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대중 수출액 감소세는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중 수출 부진 현상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원인으로는 중국 성장률 둔화와 함께 한·중 교역구조 변화를 짚었다. 중국의 대한국 수입비중은 추세적으로 둔화되는 추세다. 2016년 10% 수준이었던 중국의 대한국 수입비중은 6% 중반 수준까지 급락했다. 다른 국가에 비해 중국의 한국 제품 수요가 크게 하락한 것이다.
박 연구원은 "중국 내 한국산 제품의 수요 둔화는 결국 교역구조 측면에서 한-중간 분업구조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중간재와 자본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은 이를 최종 완제품으로 만들어 수출하던 구조가 약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를 반영하는 지표가 대중 중간재와 자본재 무역수지"라며 "대중 무역수지를 견인하던 중간재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큰 폭으로 축소되면서 적자 전환을 우려할 단계에 이르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자본재 무역수지는 이미 적자 전환했다. 한국이 중간재와 자본재를 중국에 수출하던 상황에서 중국산 중간재와 자본재를 한국이 수입하게 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는 "중국산 제품이 더 이상 대륙의 실수로 품질이 좋아진 것이 아니고 산업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한국 제품과 경합하는 수준이 된 것"이라며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크지만, 산업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중국 자동차 수출 대수가 전 세계 1위로 올라선 것도 중국 산업 발전 혹은 경쟁력 강화를 읽을 수 있는 시그널"이라고 진단했다. 한-중 교역구조가 보완적 관계를 벗어나 경쟁관계로 진입하면 할수록 한국 산업이 받게 될 또 다른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중국 e커머스 '네마리 용'으로 불리는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틱톡의 성장세도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이들 4개 기업은 한국 시장에 급격히 침투 중이다. 이는 곧 또 다른 차이나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시코노믹스 한 축인 고품질발전 전략도 한국 관련 산업과 수출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 중국은 고품질발전을 통해 성장 모멘텀은 물론 미-중 갈등을 헤쳐 나가고자 하는 상황이다.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3대 신성장동력으로 고품질발전을 주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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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연구원은 "문제는 이들 산업이 한국의 신성장산업과 중첩된다는 점"이라며 "한국 제품이 경쟁력으로 승부를 하면 되지만 중국이 막대한 투자로 또다시 이들 산업 내 과잉투자 리스크를 촉발한다면 한국도 이를 피해 가기 어렵다. 시코노믹스의 주력 정책인 고품질발전 전략이 한국 산업과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여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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