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비쌀수록 잘 팔린다" 프리미엄 가전 인기
'집밥' 수요 늘며 소형 주방가전 판매도 ↑
경제성장 둔화와 고금리 여파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국내 가전 판매액이 2021년 이후 감소 추세다. 하지만 소형 주방가전은 예외다. 1인 가구 증가로 '소형'에 대한 니즈가 커진 데다 외식은 줄이고 집밥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면서 소형 주방가전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늘고 있는 것. 얇아진 지갑에도 불구하고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비싸지만 '프리미엄'을 내세운 가전도 인기다.
24일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3년(잠정치) 가전제품 소매판매액은 33조9787억원이다. 지난 4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가전 내수 판매액은 2020년 35조4638억원에서 2021년 38조2080억원으로 '꼭지'를 찍은 후 2022년(35조8073억원)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소비 여력이 줄어든 데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대형 가전 수요가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내 양대 가전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타격을 입었다.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및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는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500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의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도 같은 기간 1156억원 적자를 봤고 TV 사업을 하는 HE사업본부는 722억원 영업손실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가전 불황 속에서도 소형 주방가전은 '고물가 특수'를 누렸다. 외식 대신 집밥을 해먹는 사람들이 늘면서 소형 주방가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 생활가전 기업 쿠쿠전자의 경우 지난해 트윈프레셔 IH압력밥솥 제품군 실적이 연평균 80% 넘게 성장했다. 쿠첸 역시 지난해 스테인리스 밥솥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 증가했다. 연초에도 소형 주방가전 수요 증가 흐름은 꺾이지 않고 있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기오븐과 전기레인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 17% 증가했다. 식기세척기 판매도 11% 늘었다.
가격이 비싸도 '프리미엄' 딱지가 붙은 가전도 인기다. 소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역설적으로 '비쌀수록 잘 팔리는' 소비 양상이 나타나는 것. 가전제품을 인테리어의 일부로 인식하는 경향이 커진 데다 품질·디자인·브랜드·차별성·제품 경험 등의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한 데 따른 것이다.
기업들은 프리미엄 라인을 세분화하거나 인공지능(AI) 기반의 신제품을 내세우며 가격대가 높은 제품의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일반 세탁기, 건조기보다 가격이 배 이상 비싼 '일체형 세탁건조기'는 새로 등장한 프리미엄 제품군이다. 빨래를 세탁기에서 건조기로 옮기는 불편함 없이 한 대로 세탁·건조를 할 수 있다는 특장점이 있다.
다만 출시 초기인 만큼 가격대가 비싸다. LG전자는 일체형 세탁건조기의 프리미엄 버전인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를 690만원에 출시해 판매를 시작했다. LG전자 홈페이지 기준 LG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타워(세탁기+건조기)의 출고가(334만원)나 할인가(250만원)보다 높은 가격이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콤보’ 출고가도 399만9000원으로 기존 세탁기·건조기 조합보다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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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가전업계의 수익성 확보를 위한 AI 기반의 프리미엄 전략이 전체 가전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술 혁신에 들어간 비용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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