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은 오해와 편견이 가득 차 있는 심리적 공간이다. 시장은 단기적으로 사실보다는 억측과 풍문에 더 출렁인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격언은 시장이 뉴스보다 소문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것을 방증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하는 행동은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 허다하다. 일을 저지르기 전에 고민하는 시간보다 저질러놓고 후회하는 시간이 더 길다. 또 친하면 무조건 믿으려고 한다. 사기는 낯선 사람이 아니라 친숙한 사람에게 당하는데도 말이다. 그런 생각들이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이라는 것을 알면서 쉽게 바꾸지 못한다.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기 전에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모처럼 지인을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보면 사는 곳에 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 자신의 동네가 최고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자기 동네에 대한 험담이라도 하면 금세 얼굴이 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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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우리 동네 최고' 심리는 그 동네에 오래 살다 보니 정들어 모든 게 좋아 보이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는 낯익은 대상에 호감을 느낀다. 콘크리트 건물은 처음에는 삭막한 시멘트 덩어리지만 정들면 자식같이 사랑스럽다. 집 앞의 볼품없는 야산도 자주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고 정겹다. 우리는 사실 어떤 대상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의 이유를 대기 전에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무조건 좋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적으로는 '단순 노출 효과'라고 한다.
브랜드를 알고 있다는 이유로 우리는 품질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덜컥 물건을 고른다. 직장인들이 자신이 속한 회사 주식을 매입하거나 지역 주민들이 그 지역에 본사나 공장이 있는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당 회사의 정보를 쉽게 취득할 수 있는 점도 있겠지만 이보다는 잘 아는 회사가 좋은 주식이라는 선입견이 더 큰 이유다.
친숙하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자칫 판단 착오를 불러올 수 있다. 익숙함에 이끌려 투자할 경우 오히려 실패를 낳을 수 있다. 많은 사람에게서 익숙한 것은 좋은 것을 넘어 안전한 것으로 생각하려는 친근성 편향이 나타난다.
-박원갑, <부동산 심리 수업>, 메이트북스, 1만98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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