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면 새소리에 잠이 깰 정도로 온 산과 마을이 새소리로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소쩍새 소리는 산 깊은 곳에서 우리 마을까지 와 닿을 정도로 우렁차고도 선명했다. 소쩍새의 울음소리는 새벽 내내 이따금씩 들려오다가 아침이 다가오면 이내 산속으로 사라져버린다. 나는 가끔 새벽바람에 정원으로 나가 그 소리를 한참 듣곤 했다. 마치 초자연의 울림처럼 깊고 영롱한 그 소리는 가만히 듣고 있으면 마음이 한량없이 평화로웠다.
뒤이어 이른 아침에 동네로 찾아오는 손님은 바로 참새와 물까치였다. 옆집의 커다란 나무 속에서는 무슨 영문인지 아침마다 참새 떼가 이리저리 휘저으며 말 그대로 새들의 합창 대회를 열었다. 그 요란한 소리를 듣고 있으면 대체 무슨 일로 저리 소란스러운지 의아했지만 이상하게 단 한 번도 듣기 싫은 적이 없다.
물까치는 우리 집 정원에 가장 자주 찾아오는 새였다. 창가 앞의 소나무 가지에 늘 와서 앉곤 해서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많았다. 까만 머리와 하늘빛 날개가 볼 때마다 무척 탐스럽고 예뻤다. 처음엔 몰랐는데 매일 지켜보니 물까치는 혼자 다니지 않고 항상 무리를 지어 함께 다녔다. 새 도감을 보면 물까치가 가족 단위로 무리 지어 생활할 뿐 아니라 육아도 함께하는 공동체 의식이 강한 새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서로 이야깃거리가 많은 듯 아침이면 깍깍거리며 우는 소리를 곧잘 들을 수 있었다. 동네 어디든 빠르게 비행하며 오순도순 모여 다니는 모습은 점차 동네 친구처럼 익숙해졌다.
이 밖에도 우리 집 울타리 안에는 무수한 생명들이 오고갔다. 정원의 풀밭 한가운데에 볼일을 보고 가는 떠돌이 개, 정원 테이블 위에서 태평하게 낮잠을 즐기는 고양이, 사체로 만난 두더지, 나무 곳곳을 점령한 호랑거미까지. 사람 눈에 띄지 않을 뿐 조용히 다녀간 녀석들은 분명 더 많았을 것이다.
특히 밤에는 어떤 동물들이 집 정원으로 들어오는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가끔 들려오는 낯선 동물의 소리, 혹은 고양이들이 싸우는 소리는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한수정, <나는 식물을 따라 걷기로 했다>, 현암사, 1만5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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