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AI 기술로 언더라이팅 업무 대폭 줄여
설계사 고유 영역에서 AI 비중 점차 커져
"보험료 인하 계기…사각지대 가능성도 점검해야"
보험사들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보험 가입 희망자의 계약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언더라이팅' 자동·간소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여 업무 효율화와 수익성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전날 사전 언더라이팅 'AI비서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다. AI로 고객별 보장분석과 맞춤설계, 언더라이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6월 영업현장에 AI비서를 도입했다. 그동안 매월 6000명의 설계사가 AI비서를 활용해 10만명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3억원의 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활용도가 높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AI비서가 진행하는 언더라이팅 결과는 데이터 학습을 통해 더욱 정교화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채널에서 보험가입 서비스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순 반복 업무를 개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유용한 도구"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13일 사전 언더라이팅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에 한화생명은 고객이 청약서류를 작성하고 첫 보험료를 낸 이후 언더라이팅 과정을 거쳤다. 심사 결과에 따라 인수조건이 추가되거나 청약이 취소돼 고객과 설계사 간 신뢰가 떨어지거나 계약이 무산되는 사례도 있었다. 또 고객이 알릴 의무 사항을 명확히 고지하지 않아 심사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한화생명이 이번에 도입한 시스템은 설계사(FP)와 고객이 보험 가입 단계에서 알릴 의무 사항을 작성할 때 고객 동의 이후 한화생명과 타사의 보험금 지급 이력을 불러와 간편하게 자동입력 할 수 있다. 이후 사전심사를 진행해 청약 후 보완·반송을 최소화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설계사 170여명을 대상으로 영업현장 테스트를 마쳤다"면서 "일주일이 걸리던 보험가입 심사가 하루로 단축됐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10월 디지털 기반 언더라이팅 시스템인 'Mi-choce 선심사시스템'을 도입했다. 사전에 확인된 병력 정보로 고객의 보험상품 가입 가능 여부를 청약 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심사결과에 따라 청약 보완서류가 발생하면 이를 자동 출력해 서류제출 등 절차도 최소화했다. 모든 질병코드(KCD)에 대한 시나리오 룰을 구축해 병명·치료내용·수술여부 등 질병별 질의응답 기준을 최신 심사기준으로 업데이트해 정확도를 높였다. 미래에셋생명은 이를 통해 보험가입 자동심사율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통상 보험 가입을 할 때 생명보험사는 '선청약 후심사', 손해보험사는 '선심사 후청약'으로 언더라이팅을 한다. 언더라이팅은 그동안 보험업계에서 설계사 고유의 전문영역으로 여겨졌지만 AI 기술 발달로 자동·간소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보험사와 고객 입장에서는 청약 전 심사를 투명하고 정확하게 거쳐 빠르게 보험에 가입하는 게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다. 앞으로 AI기술이 고도화되면 생보·손보사 모두 AI가 진행하는 사전 언더라이팅이 대세가 될 전망이다. 일본 후코쿠생명과 중국 핑안보험 등 해외 보험사들은 언더라이팅이나 손해사정업무를 AI에 상당부분 맡겨 업무 효율성을 대폭 끌어올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언더라이팅이 자동화되면 보험료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언더라이팅 자동화로 비용이 절감되면 보험사가 보험료를 낮추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며 "보험사 전속설계사를 비롯해 법인보험대리점(GA) 등으로 이런 추세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모든 업무가 자동화되고 대면업무까지 사라질 경우 고령자의 디지털 소외 등 사각지대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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