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G7회의 회고 중 콜 총리 언급
콜 총리, 회의 4년 전인 2017년 별세
최근 잦은 말실수로 구설에 오른 조 바이든(81)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2017년 별세한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를 혼동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모금 행사에 참석해 2021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회고하던 중 이 같은 실수를 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헬무트 콜은 내게 '대통령님, 수천 명이 총리의 취임을 저지하기 위해 영국 의회 문을 부수고 들어오며 도중에 일부 경찰관까지 죽였다는 사실을 런던 타임스를 통해 알게 된다면 뭐라고 하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독일 총리는 콜 전 총리가 아니라 메르켈 전 총리였다.
1982년부터 1998년까지 무려 16년 동안 총리직을 수행해 역대 최장수 독일 총리를 지낸 콜 전 총리는 G7 회의 4년 전인 2017년 세상을 떠났다. 블룸버그는 당시 회의에서 메르켈 전 총리가 2021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층이 의회에 난입해 난동을 부린 '1·6 의사당 폭동' 사건을 언급하면서 만약 영국 총리 선거에서 같은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바이든 대통령에게 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81세로 미국 역사상 최고령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들어 하루가 멀다고 말실수를 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유세에서도 2021년 G7 정상회의를 회상하며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으로 혼동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G7 회의에서 자신이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하자, "독일의, 아니 프랑스의 미테랑이 나를 보더니 '얼마나 오래 돌아와 있을 것이냐'고 말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는데, 회의 참석자는 마크롱 대통령이었다. 미테랑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던 1981~1995년 프랑스 대통령을 지냈으며, 28년 전인 1996년 별세했다.
이틀 후인 지난 6일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지원을 포함한 긴급 안보 예산안의 조속한 처리를 의회에 압박하는 연설 직후 중동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바로 떠올리지 못해 '반대편'으로 지칭하는 고생 끝에 간신히 생각해냈다.
오는 11월 재선 도전을 앞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인지 능력'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미국인의 우려를 사고 있다.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대선에서 승리하면 집권 2기 말에는 87세가 된다. 이 때문에 공화당 대선 주자인 니키 헤일리(52) 전 유엔 대사는 최근 자신의 당내 경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77)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을 동시에 겨냥하며 '고약한 노인들'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그는 유세에서 "80대에 대통령이 되는 두 사람과 대선을 치르고 싶냐"는 질문을 던지면서 "대통령직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직무 수행에 '인지 능력'이 의심되는 사람을 선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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