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순수(UPW, Ultra Pure Water)는 말 그대로 물을 구성하는 수소와 산소만 남기고 물속에 있는 무기질, 미립자, 박테리아, 미생물, 용존 가스 등을 모두 없앤 순수한 물이다. 이온 성분을 제거했다는 의미로 DIW(De-ionized Water) 라고도 불린다.
이온교환, 역삼투압장치, 막여과, 증류 등의 20단계 이상의 공정을 통해 생산된 초순수는 이온성 불순물을 제거해 고형물, 균수, 유기물, 용존물 등의 오염물질이 극히 낮은 게 특징이다. 또 다른 순도의 물보다 전기저항도 높아 전기가 거의 흐르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공기 중에 있는 것과 동일하게 초순수 안에서 전자기기를 작동시킬 수도 있다. 반도체 제조나 원자력발전, 생물공학 등과 같은 특수한 산업에서 초순수를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이같은 특성 때문이다.
특히 첨단 경쟁을 벌이는 있는 반도체 산업에서 초순수의 역할이 크다. 반도체는 하나의 칩이 완성되기까지 이른바 8대 공정이라고 불리는 수많은 공정을 반복적으로 거치야 한다. 초순수는 이같은 각종 공정 전후에 진행되는 세정 작업에 주로 사용된다. 식각공정 이후 웨이퍼를 깎고 남은 부스러기를 씻어내거나 이온주입공정 이후 남은 이온을 씻어내는 데 쓰이는 식이다. 웨이퍼 연마나 웨이퍼 절단 시에도 초순수를 사용한다. 나노미터 단위의 초미세공정을 다루는 반도체를 초순수로 씻지 않으면 파티클(입자)이 발생해 오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반도체 생산성인 수율을 높이기 위해 초순수 세척이 필수라는 의미다. 보통 6인치 웨이퍼를 하나 깎아내는 데 1t 이상의 초순수가 사용된다. 글로벌 물산업 조사기관 GWI(Global Water Intelligence)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초순수 활용률은 2021년 기준 40% 수준이다.
초순수가 반도체 생명수로 불릴 만큼 공정 과정에서 꼭 필요한 소재이지만 '반도체 강국' 한국에선 그동안 초순수를 만드는 기술이 없었다. 우리나라는 웨이퍼를 처음 생산한 1983년 이후 일본 기업이 설계한 시설에서 초순수를 공급받아 왔다. 그러던 것이 2021년 환경부가 ‘고순도 공업용수(초순수) 국산화 기술 개발 사업’을 시작하면서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수처리 전문기업 한성크린텍이 초순수 관련 장비의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관련업계에선 장비까지 국산화해야 ‘국산 초순수’로 인정한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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