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 항공사 美현지 불러 의견 청취
반독점 강화 기조…단기간 내 결론 어려워
미국 경쟁 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우리나라 업계 관계자들을 이르면 다음 달 소집한다. 최근 일본이 양사 결합을 승인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판단만 남았는데, 미국이 본격적으로 판단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미국이 독점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만큼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일 미국 법무부는 두 회사 인수합병과 관련해 이해관계자 청문회를 갖기로 하고 다음 달부터 국내 항공사 관계자들을 소집할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미국 당국이 조만간 이해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관련 내용을 묻는 자리를 만들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동안 EU의 결정을 관망하면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움직임에 예의주시하는 것은 사실상 양사 합병의 최종 관문이기 때문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EU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조건부 승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일본 경쟁 당국인 공정취인위원회(JFTC)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독점에 대해 강력히 대응한 만큼 쉽사리 결론이 나기는 힘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U가 제기한 화물운송 독점 우려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으로 해소했지만 여객 노선 독점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주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각각 12개와 5개를 보유하고 있다. 한미노선 여객수는 지난해 인천공항 기준 563만4402명인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제휴사 델타항공의 여객 수가 총 455만4543명으로 80.9%를 차지했다.
미 법무부는 여객 노선 독점에 대해선 꾸준히 소송으로 대응했다. 2013년 미국 ‘빅3’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이 US에어웨이스를 합병하려 들자 이를 막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아메리칸항공은 여러 노선을 정리하고 일부 지상 시설도 매각하는 조건으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3월에도 미국 1위 LCC 제트블루와 스피릿항공의 결합에도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합병을 저지하는 판결이 나왔다. 두 항공사가 합병하면 경쟁이 줄고 항공료가 인상돼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항공 측은 "LCC 간의 인수합병과 대형항공사(FSC) 간의 합병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둔 만큼 표몰이를 위해 자국 보호를 강조할 수도 있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같은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인 아시아나항공과 공동운항편을 운영해왔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편입되면 그만큼 자신들의 점유율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반대급부를 요구할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자국 보호를 명목으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던 운항편 슬롯(시간당 이착륙 횟수)을 미국 국적기에 분배하라고 할 수도 있다"며 "여러 이해가 얽힌 만큼 신속하게 마무리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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