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준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 사업자보다 단가 낮아
다시보기 폐지 당시 "망 사용료 관계없다"더니 말바꿔
트위치 스트리머 대부분 네이버 스트리밍 이적 검토
"다른 국가에 비해 10배가 더 높은 한국의 네트워크 수수료(망사용료)로 인해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트위치의 한국 서비스 종료 이유에 대해 통신 3사는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망 사용료 계약은 당사자 간 기밀유지협약(NDA)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약 관계는 밝힐 수 없으나 트위치에 과도한 망 사용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난은 말도 안 된다는 주장이다. 망 사용료는 트위치나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제공사업자(CP)가 통신사업자(ISP)가 만든 인터넷망을 이용하기 위해 내는 사용료다. 트위치는 한국 서비스를 내년 2월 27일 종료할 예정이다.
"외국 사업자가 오히려 유리, 사업 실패 핑계"
망 사용료 계약은 기밀이기 때문에 공공연하게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을 뿐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된 적이 없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느 정도인지도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국내에서는 글로벌 CP가 국내 CP보다 계약 조건이 유리하다는 내용이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공개된 적이 있다. 2019년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신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네이버 등 국내 6개 CP의 망사용 단가가 메타와 애플 등 글로벌 CP 6곳에 비해 평균 40%가량 높았다. 같은 양을 쓰더라도 국내 사업자가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뜻이다.
통계 사이트 '트위치트래커' 자료를 보면 7일 기준 지난 일주일 평균 시청자 251만6630명 가운데 한국어 시청자가 14만3427명(5.7%)으로 6번째로 많았다. 영어(106만4802명), 스페인어(27만300명), 러시아어(18만4487명), 포르투갈어(17만9097명), 독일어(15만3500명) 다음이다. 일본어(13만1921명) 시청자보다도 많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인방(인터넷 방송)'을 보는 문화가 발달해있다. 단가 문제가 아니라 한국에서 트래픽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많이 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통신업계의 설명이다.
1년 전쯤 다시 보기 폐지 당시 "네트워크 비용 증가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던 트위치가 이번엔 망 사용료를 이유로 철수한다고 말을 뒤집은 것에 대해 "비즈니스 실패에 대한 핑계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3분기 역대 최대 매출(879억원, 영업익은 219억원)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아프리카TV의 성공과 비교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곳은 연간 100억원이 넘는 망 사용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영업이익률이 24.9%에 달한다.
'네이버'로 이적 열풍 예고 '최대 수혜'
트위치는 2017년 한국 서비스 시작 이래 6년간 국내 '게임 인방'의 '젖줄'이었다. 스트리머만 쳐도 2000명이 넘는다. 글로벌로 눈을 넓혀보면 스트리밍 데이터 분석기관 햇쳇의 보고서를 보면 3분기 게임 스트리밍 시청자는 76억명이었고, 그중에 트위치가 53%를 차지했다. 유튜브가 40%로 그 뒤를 이었다. 트위치코리아 서비스 종료가 2달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스트리머'들은 대체 플랫폼을 고민하고 있다. '대세'는 출시를 앞둔 네이버 스트리밍 서비스다. 게임 '마인크래프트' 위주로 방송하는 '양띵크루(양띵·다주·삼식 등)'는 방송을 통해 자체 회의 결과 네이버로 가기로 확정했다고 했다. 다른 트위치의 '터줏대감'도 대부분 네이버를 언급했다. 6개월 전부터 네이버와 미팅한 채널도 있었다. 평균 동시 시청자가 1만명이 넘는 트위치 '3대장'인 ‘한동숙’, ‘우왁굳’, ‘풍월량’도 네이버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다.
네이버는 내년에 신규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CHZZK·가칭)을 출시할 예정이다. 최근 내부 직원 대상 비공개 시험(CBT·클로즈드 베타 테스트) 서비스를 개시했다. 오는 19일에는 게임 스트리머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 시험(OTB·오픈 베타 테스트)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향후 풀HD급인 1080P 화질 옵션과 다시 보기 기능 등을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트위치 스트리머를 영입하고 유저 트래픽을 성공적으로 확보한다면 치지직의 사업 가치는 1조원을 넘어선다"며 "트위치의 2022년 매출은 2046억원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아프리카TV도 '트위치 철수'의 수혜를 입을 플랫폼으로 꼽힌다. 기대감 덕분에 6일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실제로 트위치 화질 제한 조치 이후 아프리카TV로 넘어간 스트리머가 상당수 있었다. 올 초 정찬용 아프리카TV 대표는 "트위치에서 옮겨온 숫자가 몇십명이 아닌 몇백명 단위"라고 했다. 라이브 방송이 가능한 유튜브, 킥 등 미국계 플랫폼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침착맨', '슈카월드' 등은 트위치와 유튜브에 라이브 방송을 동시 송출하고 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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