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국무회의서 노봉법·방송3법 재의요구안 의결
엑스포 참패 여파에도 '원칙' 지키며 돌파하겠다는 의지
대통령실 "헌법에 어긋나 유감스러워… 정부, 기조 지켜나갈 것"
한 총리 "논의 없이 통과 안타까워… 국가 경제 막대한 어려움 초래"
윤석열 대통령은 1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참패 여파로 이틀간 내외부 공식 일정을 취소한 상황에서도 민생을 위해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대통령실은 해당 법안들을 '일자리 박탈법', '공정 언론 차단법'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최종 재가했다.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이은 세 번째 거부권 행사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의 일자리 박탈법, 공정 언론 차단법으로 정부는 원칙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해당 법안들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말을 아껴왔다. 반복되는 거부권 행사로 불통의 이미지가 굳어질 우려가 있는 데다 야권의 반발이 내주부터 시작할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지 않고 헌법에도 어긋난다", "국회에서 여야의 합의를 거치지 않은 법안"이라는 판단에는 원칙을 지켜왔다. 이날 한 총리 역시 해당 법안들에 대해 "충분한 논의 없이 국회에서 통과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에 막대한 어려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노란봉투법에 대해 "교섭당사자와 파업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원칙에 예외를 둠으로써 건강한 노사관계를 크게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야기한다"고 지적했고 방송3법에 대해서는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개정목적이라고 하지만, 내용을 보면 오히려 이와는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에서는 엑스포 참패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도 윤 대통령이 국정 철학의 원칙을 지켜낸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대통령실 개편을 조기 단행한 것을 시작으로 내주 개각까지 시작할 예정인 만큼 지금의 위기를 인사 개편 등 쇄신으로 돌파겠다는 의미도 있다.
이에 맞춰 내주 개각도 속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장관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는 정부부처는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법무부, 국가보훈부, 외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농림축산식품부, 고용노동부 등이다. 현역 국회의원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임으로는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사실상 내정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임에는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동산 태스크포스(TF)를 이끈 심교언 국토연구원장이 거론된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의 후임으로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금융위원장에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대신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의 후임으로는 이정민 전 외교부 국제안보대사와 이신화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 대사가 후보군에 올랐다.
다만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논의가 중단된 상황에서 거부권 행사가 여야 갈등을 키울 요소인 점은 분명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그동안 "우리 경제의 숨통을 끊어놓을 노란봉투법과 공영방송이 민주당 사내 방송이 되는 방송 3법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명분이 없다"고 말해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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