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시벽화 그려졌던 건물 철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를 상징했던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Banksy)의 벽화가 그려졌던 건물이 철거됐다. 이 벽화의 가치는 약 100만 파운드(약 16억원)로 추정된다.
29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이 벽화는 해당 벽화는 지난 2019년 건물 외벽에 도료가 덧칠돼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해당 벽화는 영국이 브렉시트 찬반 투표를 통해 EU와 결별하기로 한 이후인 지난 2017년 유럽을 향한 관문인 잉글랜드 남동부 항구도시 도버의 ‘캐슬 어뮤즈먼츠’(Castle Amusements) 건물 벽면에 그려졌다.
사다리에 오른 작업자가 12개의 별로 구성된 EU 깃발에서 별 하나를 끌로 파내는 모습을 담았다. 브렉시트(Brexit)를 풍자한 것이다. 이후 익명으로 활동하는 영국 화가 뱅크시는 대리인을 통해 이 그림은 자기 작품이라고 인정했다.
CNN의 보도에 따르면, 이 건물은 문화·공동체 시설과 주거용 주택을 짓는 도시 재생 프로젝트 ‘더 벤치’(The Bench)의 일환으로 철거됐다. 도시 당국은 지워진 그림을 복원하고자 시도해왔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최근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재생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건물이 철거돼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다만 철거를 담당한 업체 측은 건물 잔해를 수거해 작품을 어떤 방식으로든 보존하기 위해 시도 중이라고 했다.
도버 시 의회 대변인은 CNN에 "철거를 승인하기에 앞서 작품 보존에 관해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었고, 시 의회는 뱅크시의 벽화를 복원하는 일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지역 세금을 들이지 않고서는 실행할 수 있지 않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뱅크시 측은 건물 철거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뱅크시는 영국의 가명 미술가 겸 그래피티 아티스트이자 영화감독이다. 스스로를 예술 테러리스트로 칭하며 전 세계 도시의 거리, 벽, 다리 위에 그래피티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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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는 스스로가 자기 작품을 파손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10월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 출품된 뱅크시의 '풍선과 소녀'는 당시 약 15억원에 낙찰됐다. 이후 경매사가 망치를 치자마자 액자 안에 있던 캔버스가 밑으로 천천히 흘러내리며 절반이 파쇄됐다. 이 작품은 이후 '사랑은 쓰레기통에 있다'로 제목이 바뀌었다. 해당 작품은 절반이 잘렸지만 3년 뒤 원래 낙찰가보다 18배 뛴 가격에 재낙찰돼 다시 화제가 됐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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