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오랜 기간에 걸친 시세조종으로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오른 종목도 앞으로는 투자경고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단기간 급등한 종목만 해당됐는데, 이른바 '라덕연 사태' '영풍제지 주가 조작' 등 장기간 시세조작 사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자 시장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시장경보제도란 투기적이거나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있는 종목 또는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종목에 대해 경보하는 제도다. '투자주의종목→투자경고종목→투자위험종목' 등 3단계 조치로 이뤄진다.
과거에는 불공정거래 사례가 대부분 단기 주가 급등이었다. 시장경보제도는 단기(3일·5일·15일) 주가 변동을 기준으로만 조치해 왔다. 하지만 최근 길게는 수년에 걸쳐 주가를 끌어올려 감시망을 회피한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앞으로는 ▲최근 1년간 주가가 200% 이상 오르고, 당일 주가가 최근 15일 중 최고가인 경우 ▲최근 15일 중 상위 10개 계좌의 시세 영향력을 고려한 매수 관여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가 4일 이상 지속하는 경우 등 두 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면 거래소가 투자경고종목 지정을 예고한다. 또 10일 이내 같은 사유가 다시 발생하면 거래소는 해당 종목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한다. 다만 ▲코넥스 시장 종목이거나 ▲신규 상장 또는 시가 기준가 종목으로 적용된 날을 포함해 1년이 지나지 않은 종목 ▲최근 30영업일 이내에 초장기·불건전 요건으로 투자경고종목에 이미 지정된 종목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투자경고 및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되면 매매거래가 정지되거나 위탁증거금 100% 징수, 신용거래 제한 등의 조치가 시행될 수 있다.
현재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는 라덕연 일당의 경우 8개 종목을 2~3년에 걸쳐 상승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수사 중인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에서도 주가는 1년에 걸쳐 700% 넘게 올랐다.
거래소는 이달 20일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연내 이런 방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장기간 주가 상승으로 감시망을 회피하는 신종 불공정거래 사례가 발생해 보완책을 마련했다"면서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높은 종목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고 다양한 유형의 불공정 거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투자자 보호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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