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W 위원장 "다음엔 빅5 또는 빅6와 협상"
머스크, 강경대응 예상…과거 노조결성 막아
포드,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의 3대 자동차 제조업체를 상대로 사상 첫 동시 파업을 진행, 결국 합의를 이끌어낸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 내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해온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강경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UAW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은 3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테슬라의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에 UAW 조직위원회가 구축돼 있고 이들이 동료들에 단체 교섭의 장점을 말하며 노조 결성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UAW는 이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 직원은 약 2만명이다.
이러한 보도는 UAW의 빅3 상대 동시 파업 종료와 함께 나왔다.
UAW는 이날 GM과 신규 노동계약 협상을 잠정 타결했다. 지난달 15일부터 한 달 이상 빅3 자동차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동시 파업을 진행한 끝에 포드, 스텔란티스에 이어 GM까지 모두 협상을 마무리 지은 것이다. 이에 따라 동시 파업은 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 UAW와 세 업체 간 협상은 2019년 이후 4년 만에 이뤄졌으며, 이번 협상 결과는 2028년 4월까지 적용된다.
UAW의 다음 목표는 세력 확장이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전날 "이러한 역사적인 승리를 바탕으로 세운 우리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가 바로 이전에 설립하지 못한 노조를 세우는 것"이라면서 "(이번 합의가 종료되는) 2028년에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때 상대는 빅3가 아니라 빅5 또는 빅6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 폭스바겐 등 미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여러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는 무노조 경영을 하고 있다. 그중 UAW가 타깃으로 삼는 것이 바로 테슬라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가장 큰 회사인데다 시장의 주요 제품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UAW가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한 방안이라는 해석이다.
페인 위원장은 이달 초에도 "노조에 가입하지 못했으나 우리의 활동에 동참하고 싶어하고 우리와 접촉하고 있는 자동차 업계 종사 수천 명이 있다"면서 테슬라, 도요타, 혼다의 근로자들을 'UAW의 미래 노조원'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UAW가 테슬라에 노조를 설립하려고 시도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프리몬트 공장의 생산직 근로자였던 호세 모란이 UAW와 함께 노조 설립을 시도했다. 2017년 2월 모란은 테슬라에서 초과 근무가 비일비재하고 다른 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다고 지적, 노조 결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공개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UAW의 노조 설립 노력은 대표적인 반노조 경영인인 머스크 CEO의 벽에 부딪혔다. 머스크 CEO는 공개석상에서 노조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여러 차례 내왔다. 모란에 대해서도 "우리(테슬라)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UAW를 위해 일한다"면서 개인적으로 몰아세웠다. 동시에 조직적으로 노조 설립을 추진하는 직원들에게 피해를 주는 등 광범위한 조치를 취했다.
이후 2018년 테슬라가 경영상의 위기를 겪고, UAW 지도부의 부패 스캔들이 터지면서 테슬라 노조 설립 움직임은 추진력을 잃게 됐다.
블룸버그는 최근 수년간 아마존, 애플, 스타벅스 등에서 노조가 속속 등장했으며 높은 인플레이션과 열악한 근무 조건, 소득 불평등 확대 등으로 인해 근로자의 노조 결성 의지가 커져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부회장을 역임한 세스 해리스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테슬라에서 노조를 결성하려는 모든 노력은 그야말로 배틀로얄이 될 것"이라면서도 "머스크 CEO는 페인 위원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UAW는 스스로 공격적이고 잘 조직된 힘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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