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회와 36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상대로 이뤄진 압수수색 횟수를 계산한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이 각자 내놓은 숫자다. 법조계 일각에선 그 격차가 비상식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무리 다른 입장에 서 있더라도 계산의 차이가 이렇게까지 크게 나긴 어렵다는 것이다.
압수수색 횟수는 법정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의혹 첫 공판에서 "검사를 수십명 투입해 수백번 압수수색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조직적, 의도적으로 이 대표를 겨냥해 강압적인 수사를 했다는 인상을 재판부에 남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장외에서 압수수색이 36회 이뤄졌다고 반박한 검찰 역시 곧 법정에서 이 대표의 주장에 맞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압수수색 횟수는 왜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걸까. 8일 정치권과 법조계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민주당과 검찰의 산정기준이 서로 달랐기 때문에 10배 이상까지 차이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먼저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받은 영장을 기준으로 압수수색 횟수를 셌다. 대선이 끝나고 수사팀이 재편된 지난해 6월 이후 실제 발부받아 집행한 영장 실물을 확인한 결과, 36회인 것으로 확인했다. 대장동·위례 사건 10회, 쌍방울 및 대북송금 관련 11회, 변호사비 대납 관련 5회, 백현동 사건 5회, 성남FC 사건 5회 등이다. 검찰은 통상 법원이 발부된 영장에 기재된 복수의 장소, 물건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하지만 이번에는 이를 반영하지 않고 영장 하나당 1회로 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회사원들이 한 번 출장을 갔을 때 여러 장소를 들르더라도 각각 다른 출장으로 계산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같은 날 수십 곳을 압수수색한 경우 장소마다 각각 다른 압수수색으로 계산해야 하는 것으로 봤다. 같은 장소에 또 찾아가 압수수색을 이어갔더라도 별도의 1건으로 산정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압수수색 사실을 확인하고 계산하기도 했다.
경찰의 압수수색을 포함하는지를 두고는 양측의 기준이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은 경찰의 압수수색도 포함했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려면 영장 청구권이 있는 검찰의 통제를 받는 만큼 이를 계산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이에 반해 검찰은 이런 민주당의 주장이 잘못됐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이미 폐지됐는데, 이제 와서 경찰 단계의 압수수색 주체까지 검찰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것은 검찰이지만 발부해준 것은 법원이므로 법원을 문제 삼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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