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 '안전모 대여 사업' 모두 중단
현실과 맞지 않는 법 개정 먼저 이뤄져야
서울시가 내년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기후동행카드'를 선보이기로 하면서 공공자전거인 '따릉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기후동행카드는 버스와 지하철 이외에도 따릉이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어 이용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의무로 규정되어 있는 '안전모 착용'은 공공자전거의 경우 적용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관련 규제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내년도 따릉이 예산이 안전모와 관련한 내용은 반영하지 않았다. 따릉이 예산은 다른 예산안과 함께 서울시의회의 심사를 거쳐 11월 말 이후 확정될 예정이다.
따릉이는 해마다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2017년 503만건에서 지난해에는 4095만건의 이용실적을 기록했다. 5년 만에 이용자가 8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기후동행카드 출범 시 이용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따릉이 등 공공자전거 이용객은 의무적으로 안전모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법은 일반도로나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리는 자전거 운전자에게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이 2018년 9월 시행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18년 법 개정에 맞춰 시범사업 성격으로 안전모를 무료로 대여했다. 서울시가 따릉이 이용자에게 안전모를 대여할 의무는 없지만, 지방자치단체가 법 위반을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달간의 시범운영 결과 분실률이 23.8%에 달했다. 또 따릉이 이용자의 안전모 착용률은 3%에 불과해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서울시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분실 문제와 함께 시민들이 타인이 쓰던 안전모를 기피하는 현상이 있었다"며 "개인이 공공자전거 이용을 위해 헬멧을 지참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당시 진행한 시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88%가 따릉이의 의무적 안전모 착용에 반대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관련 사업을 중단한 상황이다. 대전시는 서울시와 비슷한 시기 '타슈' 이용자를 위해 관련 정류장에 400개의 안전모를 비치했지만, 90% 이상이 분실되면서 현재는 안전모를 비치하지 않고 있다. 세종시는 '어울링' 128대에 대한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43대에서 안전모가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따릉이의 경우 안전을 위해 시속 15㎞ 이상 속도 나지 않게 하는 등 대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따릉이 이용을 위해서는 안전모를 착용해야 하지만, 법적인 처벌 조항은 없다. 안전모를 지참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시행령에 관련 처벌조항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에 단속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개인형 이동장치(킥보드·전기자전거)는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으면 2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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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현실의 괴리가 이어지자 법 조항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국회에서는 2018년 안전모 착용을 '의무'에서 '권고'로 바꾸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타인이 사용한 안전모에 거부감을 느낀다면 일회용 위생포를 삽입하는 형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하지만 도난 등은 대안을 마련하기가 어렵고, 개인이 공공자전거 이용을 위해 각자 안전모를 지참하라는 것은 더 말이 안 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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