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3년 세법개정안 발표
4719억원 세수 감소 그쳐
정부는 올해 대규모 세수 부족 상황 속에서도 내년도 세수를 결정하는 세법 개정에서 '세 부담 완화' 기조를 유지했다. 향후 경기 회복에 따른 세입 여건 개선을 고려한 결정이다. 감세 기조는 유지하되 규모는 작년의 15%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 첫해인 지난해 13조원 규모의 감세 효과를 기대한 대대적인 세제 개편을 추진했던 것과 대조된다.
지난해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국정 철학이 담긴 주요 사항을 개정한 만큼 올해는 서민·중산층 등 민생 지원에 초점을 맞춰 세법을 손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민간 중심의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결혼·출산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2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전날 발표한 '2023년 세법 개정안'으로 발생하는 향후 5년간의 세수효과는 4719억원 감세다. 소득세와 부가가치세가 각각 5900억원, 437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법인세는 169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자녀장려금 확대(-5300억원), 출산·보육수당 비과세(-642억원)이 감소요인이었고, 증가요인은 수익배당금 익금불산입 규정 합리화(1751억원)였다.
감세규모는 과거보다 대폭 후퇴했다. 통상 정부는 세수효과를 추정할 때 전년대비 세수증감을 집계하는 ‘순액법’을 쓴다. 정부와 같은 기준을 적용했을 때 지난해 세수효과는 13조1000억원으로 올해는 12조7000억원 적다. 특히 올해 감세규모는 확장재정을 펼쳤던 문재인 전 대통령 때보다 부족하다. 2019~2020년 세법개정안 때는 9000억원의 증세효과가 예상됐지만, 2018년에는 2조5000억원, 2021년에는 1조5000억원의 감세효과가 나타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세법 개정안에는 법인세 추가 인하는 물론 당초 기대를 모았던 부동산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완화 방안 등 부동산 세법 개정도 빠졌다.
추경호 "작년에 대대적인 세제개편 추진...올해는 필요한 부분만"
기재부는 지난해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한 만큼 올해는 ‘유지와 안정’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기재부는 “어려운 경제여건 등을 감안할 때 지금은 민생안정을 위한 조세정책이 필요하다”며 “올해 세법개정안은 서민, 중산층과 미래 세대 지원에 중점을 두고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시다시피 작년에 대대적인 세재개편을 추진해 의욕적으로 안을 냈고 상당 부분은 국회에서 관철이 됐다”면서 “또 대대적인 개편을 하기가 쉽지 않았고 금년에는 작년을 기초로 해서 필요한 부분에 관해 담아낼 만큼 담았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감세 규모가 크지 않아 경기 진작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세수가 모자란 상황에서 정부로서는 큰 감세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내수를 진작할 수 있는 감세 규모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리쇼어링이나 투자를 촉진하려면 법인세 인하라는 선택지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면에는 ‘정치’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자리하고 있다. 감세정책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여소야대 국면 때문에 필요한 세제개편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세목이 법인세다. 올해 세제개편안에는 전년과 달리 법인세제 인하안이 제외됐다. 추 부총리는 “최고세율 구간도 낮출 필요가 있고 구간도 단순화할 필요가 있어 법인세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야당의 강한 반대에 마무리하지 못했다”면서 “국회 상황이 지난해와 동일하고, 같은 내용을 정부가 다시 제출한다고 특별한 진전이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세수부족 문제 때문에 필요한 만큼 과감한 세제개편안을 마련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올해 1~5월 전년보다 덜 걷힌 국세수입은 36조원에 달한다. 기업의 실적이 저조하면서 법인세가 17조3000억원이나 덜 걷혔기 때문이다. 현재 세수감소폭은 전년대비 기준으로 가장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격적인 세제개편안을 제출했다가 경기가 살아나지 않았을 경우 내년도 나라살림 편성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국회에서 여야 간 치열한 협상 끝에 결론이 난 법인세 인하안을 또다시 제시하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년보다 감세 규모를 크게 줄인 것은 맞지만, 세수 약 400조 중 감세 규모 500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0.1%에 불과해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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